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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자 태국 언론을 돋보이게 장식은 것은 총리도 국왕도 아닌 거미 한 마리다.
불그스름하고 긴 다리가 여럿인 '실거미'라는 것이다.
신문에 나온 확대 사진을 얼핏 보면 한국 수산시장 쯤에서 파는 맛 좋은 대게를 영락없이 닮았다. 이 거미의 크기는 7.5밀리미터라고 하니 10원짜리 동전보다도 작은 셈이다.
태국의 영자 신문인 방콕포스트는 1면 통으로, 또다른 영자지 네이션은 1면 하단에 실었다. 반면 태국어 신문들은 다루지 않은 곳이 많은데 콤찰륵이란 일간지는 1면에 사진을 싣고, 안에 간단히 내용을 처리했다.
그런데 보도내용을 보면 핵심 컨셉트가 제각각이어서 재미있다.
어떤 곳은 주로 북미대륙에서 서식하는 이 거미가 동남아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생물학적 발견 성과와 함께 이를 발견한 쭐라롱껀대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죽음의 철도를 건설하던 일본군에 휩쓸려 거미가 태국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곁들였다.
또다른 보도 시각은 거미의 맹독성이다. '드물긴 하지만'이란 전제를 달고 물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발견된 곳은 방콕에서 서쪽으로 차로 3시간 거리인 칸짜나부리의 한 동굴이고, 그곳에서 500여 마리가 발견됐는데, 다른 동굴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확산은 되지 않은 것 같다는 도무지 앞 뒤가 헛갈리는 말을 하고 있다.
방콕 포스트는 관광객에게만 조심하라는 말은 아무리봐도 이상한지 동굴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곁다리를 하나 더 붙여 표현했다.
하지만 기사 말미에는 공격적이지 않아 만지지만 않으면 괜찮고, 전세계적으로도 거미에 물려 사망한 경우는 얼마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네이션 지는 브라질에서만 9만1천여 명이 이 거미에 물렸고(몇년간 통계인지는 없음) 이중 4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이 거미를 발견한 대학관계자의 말을 전한 네이션지의 마지막 멘트다.
"태국에서 이 거미가 누굴 공격했다는 보고는 없다. 만약 거미에 물렸으면 빨리 상처를 닦아내고 의사한테 가봐라. 가능하다면 거미를 잡아 의사에게 보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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