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술 광고 허용?
태국 하원이 술 판매 및 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새 주류 통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류의 판매와 광고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온 태국에서는 매우 큰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태국 언론들은 3월 20일 하원 최종 심의가 2008년 주류 통제법을 대체하는 38개 조항의 새 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하원을 통과한 법은 보수적인 상원의 3차 심의를 거쳐야 최종 시행 여부가 결정된다.
태국은 건강증진재단의 주도로 음주가 건강에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그동안 엄격한 주류 규제 정책을 실시해 왔다.
현 정부 들어 술 판매 규제 시간을 조금씩 완화하고 있지만, 태국 정치인들이 모두 술 광고는 강화하면 강화했지, 완화에는 소극적이었다. 불교의 계율 중 음주 금지도 있어 비난을 우려해, 즉 표를 잃을까 봐 말조차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태국은 코로나 기간인 지난 2020년 말부터 온라인을 통한 술 판매 금지 등을 시행하며 더욱 엄격히 규제했다. 웹사이트, 페이스북, 라인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모든 주류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고, 위반자는 6개월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술 마시러 사람이 모이고 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더 확산된다는 논리에서였다.
1972년 군사정부 명령으로 시행된 주류 관련 법은 아직까지도 오전 11시 이전과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당시 제정 취지는 공무원들이 근무 시간에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의도였다고 한다.
판매뿐만 아니라 광고도 아예 불가능하게 했다.
술을 팔거나 홍보할 목적 없이 무심코 인터넷에 올린 사진 한 장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제정된 주류 음료 통제법 32조에 따르면 최고 50만 밧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주류 상표가 노출된 가운데 술을 마시거나 술병이 보이는 것, 술을 마시라고 부추기는 것도 금지되며 주류 브랜드가 보이는 유리잔 사진을 올리는 것조차 벌금 대상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술 마시는 장면은 당연히 삭제되거나 블라인드 처리된다.
몇 해 전 몇몇 태국 연예인들이 돈 받고 술 관련 간접 포스팅을 했다가 줄줄이 경찰에 불려간 일도 있다.
이런 강력한 술 광고 및 판매 금지 정책에도 태국 10대 기업 안에 드는 창 비어나 1933년부터 92년을 굳세게 이어오고 있는 싱하 비어가 잘 나가는 것을 보면 신통방통하다. 태국 사람들이 워낙 술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다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태국 국회의 술 광고 허용 법안은 관광 촉진과 소규모 양조장 지원을 목표로 시장 자유화를 추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광고 없어도 잘 나가는 대기업에 광고 허용 법안은 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