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바꾼 태국의 앙팡테리블
태국 학생들의 오랜바램이 이뤄졌다.
태국 최고행정법원은 3월5일, 장발 및 화장을 금지한 교육부의 지침을 위헌으로 판결하고 무효화했다.
법원은 1975년 1월 6일 발표된 교육부의 지침은 1927년 4월 22일자 쿠데타 명령 132호를 기반으로 발효된 것이나 해당지침은 헌법 제26조를 위반한다고 판단해 이날 즉각적인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헤어스타일과 복장 규정을 정할 수 있도록 일부 재량권을 남겨두었다.
이번 소송은 공립학교 13명의 학생들이 제기한 것이었다.
해당지침이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주장해 왔다.
법원 판결문도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저해하는 규정은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태국에서 학생들의 헤어스타일과 교복 문제는 오랫동안 학생들과 학교사이에서 갈등이 되어 왔다.
대부분의 학교 측은 짧은 머리가 학생들의 규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생들은 강제적인 머리깎기가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공개적인 모욕감을 준다고 반박했다.
두발 및 화장과 함께 교복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태국학생들 대부분은 블랙 & 화이트 교복패션이다. 학생이면 모두 같은 컬러의 교복을 입는 태국인 지라 여대생과 고교생 구분도 어렵다. 이 때문에 여대생들은 교복을 몸에 꼭 맞게 줄여 입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교복이라는 해괴한(?) 평을 받기도 했다. 여대생과 여고생은 대학교 배지로 구분될 뿐이었다.
그동안은 여대생도 1학년때는 머리 염색도 불허됐다. 여고생은 단발머리만 해야하는 게 규칙이었다. 초-중-고 남학생은 마치 해병대 상륙돌격형 처럼 뒷-옆머리를 바싹 깎도록 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중고등학교는1982년 두발, 1983년 교복 자유화가 이뤄졌다.
태국과 비슷한 과정의 논란과 우려가 제기됐지만 두발 및 교복 자유화가 태국보다 먼저 힘을 얻은 데는 ‘일제의 잔재’라는 감정적 호소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러나 교복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가 높아지고 교육계도 그 필요성을 실감해 불과 3년 뒤인 1986년부터 교복자유화 조치가 일부 보완 된 뒤 학교장 재량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태국도 한국도 교복은 학생의 신분을 표시하고, 학생들에게는 소속감 ·유대감을 불어넣는 수단이 된다는 긍정론이 있다.
이번 태국 학생들의 두발, 화장금지 무효화를 보며 검은 교복에 목을 조르던 답답한 후크를 하며 조금이라도 머리카락이 길면 시원하게 머리 한가운데에 고속도로가 뚫리던, 교복세대의 학교생활을 연상시킨다. 태국 앙팡테리블들이 헌법을 바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