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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마술 걸렸다며 신변보호 공식요청한 태국여성, 귀신 가득한 태국의 주술문화
 
  흑마술 걸렸다며 신변보호 공식요청한 태국여성, 귀신 가득한 태국의 주술문화  
     
   
 

태국 중부 아유타야에서 한 여성이 흑마술에 걸렸다며 신변보호를 공식 요청했다.

태국공영 방송 CH7TV와 타이거등 다수의 태국언론은 2025년 2월 20일 마사지숍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은 흑마술에 걸렸고 단체폭행까지 당했다며 비영리 단체 ‘사이마이 서바이브(Saimai Survive)’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고 경찰의 수사에는 진전이 없다고도 호소했다.

피해여성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안함을 느꼈다. 여러날 동안 잠을 못자며 악몽을 꾸었고 누군가 흑마술을 건 것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결국 인근에서 마사지숍을 운영하는 경쟁업체 여성 주인을 흑마술을 사용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됐고, 자신이 이를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경쟁업체 주인이 사람을 동원해 폭행까지 가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폭행을 가한 경쟁마사지업체 주인 포함 3명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현재까지 가해자들에게 아무런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며 비영리단체를 찾아 보호 요청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태국에서 검은 마술에 대해 주요 언론이 진지하게 보도한 경우는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유독 귀신이 많은 태국사회의 주술문화를 다시한번 주목하게 해준다.

태국에서는 일부 정치인들도 주술의 힘을 신뢰하고, 일반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루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비중있는 중앙언론에 진지하게 보도된 사례들을 보면 기분이 묘해질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금도 태국정치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탁신 전 총리다.

탁신은 총리 재임 막판에 기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어떤 때는 별자리가 자신에게 불운하다며 예정된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한 적이 있었다.

일부 언론은 탁신의 고향인 치앙마이에서 분운을 털어내는 제사소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2010 이후 태국은 캄보디아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사원 프라위한을 놓고 캄보디아와 무력충돌이 불거지며 갈등을 겪었다.

이때 캄보디아의 훈센총리 부인이 국경에서 제사를 지내며 흑마술을 건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태국의 주요언론들은 불길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막자며 태국인들에게 특정색깔의 옷을 입을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태국 영문일간지 방콕포스터는 2020년 10월 4일 2면톱기사로

방콕 정부청사에 있는 30그루의 큰 나무들이 생채로 뽑혀 옮겨진 것을 보도했는데, 나무가 불운을 가져온다는 ‘전문가’의 말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2021년 겨울에는 태국 북서부 딱주에서 건강한 남성만 이유없이 사망하는 사연을 카우솟이라는 중앙언론이 보도하며 과부귀신, 태국어로 라이타이의 소행이라는 주민들의 말을 보도했다.

남편을 잃은 여성혼령이 남자만 골라 데려간다는 것이었다.

남자만 죽는 귀신소동은 여러해에 걸쳐 이어지고 보도됐다. 2018년 나콘랏차시마에서는 4명의 남성이 갑자기 죽었고, 2019년 말에는 펫차분에서 4개월 사이에 40여명의 남성이 사망했다.

2020년 1월에도 나콘랏차시마 반타루엉 마을에서 3개월 동안 17세에서 60세까지의 남성 13명이 의문사 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 모든 것이 ‘과부 귀신’ 때문이라고 철석같이 믿었고 언론들은 이를 여과없이 보도했다.

2021년 6월 한국에서 개봉돼 인기를 끈 태국영화 ‘랑종’은 태국 동북부에서 일어나는 귀신이야기를 다뤘다.

남자들만 의문사하는 마을의 태국인들은 영화에서 처럼 집 앞에 붉은 색 옷을 걸어놓고 ‘ 이 집에는 남자가 없어요’란 글을 써놓는다.

태국어로는 반니 마이미 푸차이라고 쓴다. 어떤 곳은 개와 고양이만 있다는 글을 쓰고 나무로 만든 허수아비를 걸어 과부귀신을 헷갈리게 한다고도 한다.

건강한 남자들의 의문사가 이어지자 일부 남성은 상황이 진전될때까지 집을 떠나거나 불공을 드리기도 한다. 이런 의문사가 진짜 과부귀신의 소행인지 또는 의학적원인이 있는지 살펴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의학적 시도 가운데에서는 브루가다 증후군이라는 것이 가장 근접해 있다.

1992년 학계에 처음보고된 것인데 유전적 심장병의 일종이다. 휴식이나 수면중 심실 부정맥이 일어나 급사하는 병인데 동남아 젊은 남자, 특히 태국 미얀마 라오스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몽족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과부귀신에 집착하는 태국인들이 이 의학보고서를 절대 믿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들어갔다하면 기절하는 태국의 불가사의한 동굴이 한국TV 교양프로그램에 소개된 적도 있었다.

제작진은 동굴의 습도, 온도, 유해가스 분출 등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을 단체 방문한 학생들은 수십명이 원인도 모르고 기절한 전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쥐가 살만한 환경인데 한마리도 없는 것부터 미스터리가 시작됐다. 마을주민들은 동굴이 산악게릴라들의 은신처였고 한가족이 몰살당한 일도 있다고 전했다. 멀쩡한 사람들이 기절하는 것은 이런 귀신들의 작용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의문은 또 이어진다.

사람들이 거듭 기절할 정도로 위험하다면 지방행정당국은 이 동굴을 조사하거나 폐쇄하지도 않는 것일까?

그냥 납량특집 관광지로 활용하려고 방치하는 것일까?

태국에 유독 귀신이 많은 것은 세계적 귀신영화가 많다는 것과도 상관이 있다.

한때 한국은 무더운 여름철에 태국에서 납량특집 공포영화를 패키지로 수입해 상영한 적도 있다.

셔터, 샴, 포비아 등의 영화는 오래됐지만 아직도 살떨리는 태국영화로 기억된다.

이유없이 목이 뻐근하거나 짓눌린 느낌이 있다면 귀신에 목에 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영화 셔터가 유행시킨 말이다.

태국에서 최초의 천만관객 영화라고 알려진 2013년의 ‘피막 프락카농’도 호러영화다. 임신한 아내를 두고 전쟁터로 떠난 남자가 고향으로 돌아와 아내와 재회하는데 그의 아내는 귀신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귀신 호러 아이템이 먹히니 태국에서 크게 히트한 한국영화 ‘부산행’이나 여러 번 리메이크된 한국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등이 인기를 끌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하도 귀신이 많으니 지난해 1월 태국 대학생들은 ‘귀신없음’을 증명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연히 네이션 등 언론에 ‘혁신서비스’라며 대서특필했다.

태국북부 치앙마이주 라자망갈라대학에 재학중인 대학생이 누군가가 사망한 아파트에 들어가 하룻밤을 자고 나온 뒤 ‘귀신이 없음’을 확인하는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었다.

아파트 뿐만이 아닌 장례식이 치러졌던 곳이나 으스스한 장소에서 하루밤을 보내는 것도 포함됐다.

‘귀신 없음’ 증명 서비스는 건물주나 세입자에게도 한켠으로 안심을 줘 건물가치 하락을 맞는 효과도 있으니 수요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그 학생이 지금도 계속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귀신, 미신, 샤머니즘은 태국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인적없는 공터나 풀숲에도 누군가 부처를 갔다놓고 절하며, 어떤 사람은 나무 앞에 쪼그리고 않자 물을 부으며 기도한다.

뭔가에 효험이 있다는 상원이나 스님이 나타나면 사람들로 북적이며, 징표나 액세서리 사업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

발전하다와 발음이 비슷한 숫자 9는 길한 수로 알려져 태국인의 일상생활에도 뼛속깊이 자리잡고 있다.

경매로 이뤄지는 자동차 번호판 9999는 수억원에 달하고, 새 내각회의도 9시9분, 새 차를 뽑았을 때도 9시9분에 출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태국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국인인 나도 9시9분에 새차를 출고한 적이 있다.

태국 국립 쭐라롱꼰대학 인문대학에서는 지난 2024년 6월 태국인들이 왜 미신과 신비현상에 의존하는지를 다루는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포럼은 미디어와 현실 속에서 미신은 여전히 태국사회에서 널리 퍼져 있다고 적시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신성한 물건과 부적에 대한 신앙은 급격히 증가했다고도 분석했다.

그리고 흑마술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불안정하고 외로운 현대 도시 생활에 대응하는 도구로 기능한다고 했다.

즉 흑마술은 과거의 낡은 믿음이 아니라, 인류의 모든 시대에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 온 요소였으며 특히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이러한 신앙이 더욱 강력하게 나타난다는 의견을 냈다.

미신 또한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발전시킨 하나의 지식 체계라는 것이었다.

태국 탐마삿대학교의 피팟 교수는 경쟁과 불확실성이 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욱 강한 불안을 느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을 찾는 것이라고도 풀이했다.

주술신앙은 과학이 제공하지 못하는 정신적 위안을 준다니 이에 편승한 태국귀신의 전성기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질듯 하다.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LCd3VoTNS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