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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다큐영화 ‘사이클 깨기’와 한국의 계엄령
 
  태국 다큐영화 ‘사이클 깨기’와 한국의 계엄령  
     
   
 

*헌법재판소에 의해 정치활동이 금지된 타나톤대표(오른쪽)와 피타대표를 다룬 태국 다큐영화 'Breaking The Cycle'의 한 장면.

난 6월 태국 150여개 극장에서 상영됐던 태국 다큐영화 ‘사이클 깨기(Breaking The Cycle)’가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쿠데타와 계엄령으로 집권한 쁘라윳 육군대장이 총리가 된 뒤 처음 치른 2019년 총선부터 시작된다. 영화 제목의 사이클(Cycle)은 정치 혼란기마다 반복되는 태국 쿠데타와 군부통치를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태국에 15번의 군사쿠데타가 발생했다고 묘사되는데 학자들은 1932년 태국에서 입헌군구제가 시작된 이래 19번 쿠데타가 발생해 12번은 성공했고, 7번은 실패했다고도 분석하고 있다.

쿠데타의 발생과 함께 군부 통제를 위한 계엄령이 매번 여러형태로 선포됐음은 물론이다.

영화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쿠데타의 사이클을 깨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미래전진당과 타나톤 주앙룽루앙낏 당대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가 개봉된 뒤 상반된 해석이 나왔지만 기존 보수 질서에 저항하는 태국 젊은민심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나톤 대표가 불을 지핀 태국 민주화운동은 미래전진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며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리지만 타나톤 대표는 영화말미 ‘우리의 싸움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지막 말로 여운을 남긴다.

그의 바통을 이은 것은 영화에서 타나톤 대표 옆에 가끔 등장하며 얼굴을 비추던 피타 림짜른랏이었다.

2023년 총선에서’미래전진당’의 당명을 ‘전진당’으로 바꿔 계승한 타나톤의 후예들은 4년전보다 더 큰 성공인 최다득표를 받으며 뜨겁고 화려하게 부활한다. 아쉽게도 영화는 딱 여기까지다!

영화가 개봉되고 더 시간이 흐른 뒤의 버전이 담겼다면 영화 제목은 아마 ‘사이클 깨기’가 아니라 ‘영원한 사이클’ 쯤으로 바뀌어야 했을 것이다.

피타는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 반대로 총리선출에 실패했고, 입헌군주제를 전복하려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지난 8월 ‘전진당은 다시 공중분해된다. 피타와 당지도부도 10년간 정치활동이 금지되며 ‘사실상’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아야 했다.

정도의 태국 상식을 머리에 넣고 이제 한국을 바라보자!

원조받던 한국은 산업화에 성공하며 1969년 처음으로 1인당 GDP가 태국을 추월했다.

2000년 이후에는 한국 콘텐츠가 태국에 상륙하며 ‘한류’라는 이름의 한국문화가 곳곳에 확산되었다. 한국 소비제가 특히 크게 각광받으며 태국에서 한국은 혁신기술과 문화의 나라, 경제 강국으로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국 지식인이 한국을 가장 부러워 한 것은 아마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니었을까?

역대 대통령들이 징역살이를 하고 촛불집회로 탄핵되는 모습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는데 군대의 총칼에 의해 '정치질서'를 한꺼번에 리셋하는 사이클을 겪어온 태국인에게는 어쩌면 동경의 대상이 됐을지도 모른다.

2006년과 2014년 태국에서 두번의 군사 쿠데타를 목격했다. 투표권 없는 외국인 '이방인'이지만 쿠데타가 현실인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2024년 12월 3일 밤. 한국에 계엄령이 선포돼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로 향하고 있다는 긴급뉴스를 방콕시내 한 행사에 갔다가 태국 외교관, 언론인들과 함께 들었다.

‘한국에서 당치도 않은 일이다. 가짜 뉴스일 것’이라며 외치며 쥐구멍을 찾는 나에게 그들은 ‘소요사태가 빈번한 태국남부에서는계엄령이 자주 선포되고, 10년전에도 쿠데타에 의한 계엄령이 있었다”며 위로했다.

인터넷 SNS 등으로 수천만명이 기자이자 관찰자이며 비평가인 시대를 역행한 한국의 6시간 계엄령.

국민수준을 50년 전으로 오판하며 국민주권을 수백년 후퇴시킨 국격훼손의 이 역사적 과오에는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까? 다큐 영화가 여전히 해피엔딩이 되지 못하는 ‘사이클의 나라’ 에서 살며 품었던 자긍심도 단번에 무너졌고 한없이 창피할 뿐이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