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한인 밀집지역에서나 더러 볼 수 있었던 한국식품 전문 매장들이 태국인 거주 골목 곳곳에 문을 열고 있는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한국 아이스크림, 과자, 양념 등 한국내 슈퍼를 연상시킨다. 김치의 수출량도 폭발적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601,494 달러에서 2020년엔 11,102,333 달러로 증가했다. 2021년 10월으로는 1,024,698 달러로 다소 감소했는데, 이는 태국 현지에서 김치를 직접 담가먹기 때문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이 안된다. 한국식품 소비증가는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고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영상 콘텐츠를 통해 한국 식문화를 접할 기회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로나가 태국 내 한국음식의 소비증가를 견인한 셈이다.
코로나 기간 중 한국영상콘텐츠의 태국내 인기는 절정이다. 짜빠구리 등 한국 식문화가 담긴 영화 ‘기생충’에 이어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 ‘오징어 게임’, ‘갯마을 차차차’ 등까지 최고 시청 순위에 올랐다. '음식왕' 백종원도 리모콘만 누르면 태국 TV 곳곳에 나온다.
태국 젊은이들의 가정 사례도 흥미롭다. 태국 쭐라롱꼰대 3학년인 나파트라 뿐나차야(20)씨는 회사원인 50대 중반의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사는 중산층 가정이다. 나파트라씨의 집에는 언제부터인가 고추장이 기본 양념으로 갖춰져 있다. 김치찌개, 김치볶음 할때 이용하는데 한달에 한 번 정도는 한국음식을 요리한다. 조리가 쉽고 맛도 좋기 때문인데 틀면 나오는 한국드라마에서의 식사장면을 보며 언제부터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런 모습이 됐다고 한다. 태국, 일본 라면도 있지만 한국라면은 종류와 맛도 다양해 자주 먹는 편이다. 다섯식구가 사는 젠지라 톰프라이(22)씨 가족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음식정보를 얻은 케이스다. 짜장을 직접 만들고 김치를 직접 담근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입한 김치가 더 맛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었다. 고추장도 기본 음식재료로 주방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간편식의 대명사인 한국 라면의 태국 진출은 더욱 눈부시다. 2019년 1578만 달러가 태국에 수출됐는데 2020년엔 2246 달러, 2021년에는 2359만 달러로 증가했다. 샤인머스켓 등으로 고급화한 포도, 배, 감 등의 수출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배를 가장해 한국어로 포장한 중국배의 출현이 한국식품 수출 당국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한국 식품의 태국 진출과 함께 눈여겨 보게 부분이 있다. 김치의 수출량 증가가 정체된 반면 고추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김치는 태국 배추, 파, 소금, 고춧가루, 각종 소스를 활용해 담글 수 있지만 겉보리의 발아과정을 거친 엿기름이 있어야 하는 고추장은 대체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태국 가정에서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추장은 한국 음식을 완성하는 마법같은 ‘비법’의 소스인 셈이다. 한국 소스류의 증가는 한식 소비 저변확대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코로나는 ‘재택 문화소비’라는 현상을 불러왔고, 한국 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한국식품을 태국 안방에 내려 놓았다. 라면처럼 간편하지만 김치처럼 건강하고, 고추장처럼 복제 안되는 그 무엇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제도 남았다
한류의 쌍방향 교류
한류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쌍방향 교류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태국음식, 태국 마사지 등이 인기가 있지만 뜨거운 태국 한류에 비해 태국 대중문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태국을 찾은 한류스타들이 콘서트나 팬미팅에 그치지 않고, 태국 사회 및 그들을 연호하는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한류의 미래를 밝게하는 긍정적인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