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사는 2007년 원더걸스,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등의 새 앨범을 싹쓸이했고, 2010년 한해에는 29개의 한국앨범을 라이선스 구입형태로 태국에 유통시켰다. 기존의 아이돌 뿐만 아니라 CNBLUE, 샤이니, FT아일랜드 등의 그룹과 보아, 태양, G드래곤 등의 솔로앨범도 소개됐다. 태국 팬클럽 사이트는 일본과는 달리 비회원이며 복수로 활동하긴 하지만 한국 음반이 29개나 소개된 2010년에는 동방신기의 인터넷 팬회원수는 77만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K-POP의 고속성장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진출한 K-POP는 처음부터 뜨거웠다. 2006년 2월 1만석 규모의 방콕 외곽 임팩아레나 홀에서 열린 레인의 콘서트 입장권 가격은 가장 비싼 것이 6천밧(22만원)으로 대졸신입사원 급여의 절반에 이르는 매우 비싼 수준이었다.
가수 역량이 뛰어났지만 드라마의 후광도 컸다. 레인은 콘서트를 갖기전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 ‘풀하우스’가 CH7에서 방송돼 시청점유율 70%대를 기록하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K-POP의 빠른 전파속도를 알게 해준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서 이미 톱가수의 반열에 오른 그는 2004년 5월 방콕에서 음반홍보를 위한 ‘쇼케이스’를 가졌지만 지명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었다. 1년 9개월 뒤의 콘서트가 그처럼 대성황을 이룬 것은 아마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듯 했다.
레인에 이어 동방신기, 신화,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이 태국내 K-POP 단독 콘서트의 2,3,4번째 바통을 차례로 이어갔다. 단독 콘서트 뿐만 아니라 2011년 이후 부터는 정상급 아이돌 20여팀이 총 출동하는 매머드 콘서트도 열렸다.
그러나 이들 콘서트들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콘서트는 객석을 절반 정도 밖에 채우지 못했다. 한 때는 2주 간 4팀의 한국 콘서트가 서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K-POP 공급 과다의 시기가 온 것이다. 레인의 첫 콘서트 이후 불과 6-7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럼에도 2020년 코로나 이전까지 K-POP 콘서트가 끊임없이 태국에서 펼쳐진 것은 팬들의 성원이 식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K-POP 한국어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태국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등장했다. 2012년 이후부터는 매년 한국어 교사들이 중등학교에 파견되고 있다. 2PM과 닉쿤, 슈퍼주니어, 빅뱅, 동방신기, 카라, 2NE1, 비스트 등 20팀의 가수가 한 해 태국 제품의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2020년 이후에는 블랙핑크의 태국인 멤버 리사 등 소수의 태국인 K-POP 가수들만이 제품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음악교과서에 등장한 K-POP 가수들
K-POP이 고공비행하는 도중 2011년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K-POP 가수들이 태국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다수 실린 것이었다. CN블루, 레인, 빅뱅, 슈퍼주니어 등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태국의 교과서는 20여개의 출판사들이 출판한다. 각 학교들은 이 중에서 마음대로 교과서를 채택할 수 있는데 한국 가수들이 등장한 교과서는 빅 5안에 드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