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연소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날 거물정치인의 ‘이상행보’가 궁금증과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8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패통탄 친나왓이 총리로 지명되는 순간 팔랑 프라차랏당의 대표이자 ‘군부 큰형님’으로 불리며 패통탄의 프어타이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한 쁘라윗 웡수완 대표(79)는 그곳에 없었다.
태국 온라인 미디어 타이거에 따르면, 중차대한 정치일정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파리에서 돌아온 올림픽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패통탄이 총리로 선출된 것이 전해진 직후 올림픽 선수들을 격려하는 쁘라윗 대표에게 한 여기자가 다가가 총리선출 결과를 집요하게 물은 것이 화근이 됐다.
기자가 총리선출 생중계를 신청했는지 묻자 쁘라윗 대표는 “뭐, 뭐라고, 누구에게 뭘 물어보는 거냐”고 흥분하며 갑자기 오른손을 쭉 뻗어 기자를 폭행했다.
경호원들이 대기중인 차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도 쁘라윗 대표는 “무슨 질문을 한 거야”라고 외치며 흥분과 짜증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 공개된 화면은 카메라에 정확히 찍히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질문하던 연기자가 얼굴을 손바닥으로 2차례 맞았다. 태국 언론들은 기자가 고소장을 제출하면 최대 2년형의 징역형 또는 4천밧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상==>
https://youtu.be/Gf2jMgUG25w
태국 일부 언론들은 쁘라윗 대표가 총리선출 회의에 불참한 것은 정당간의 갈등때문으로 해석했다.
얼마전 파툼타니 지역의 주지사 선거가 있었는데, 패통탄의 프어타이당 의원들이 무소속 후보를 지지했고, 이에 패통탄이 불만을 제기하자 당적을 쁘라윗 대표의 팔랑 프라차랏당으로 옮긴 것이었다.
팔랑 프라차랏당은 군부인사가 중심이 된 정당이다. 쁘라윗 웡수완 대표는 탁신을 축출한 2006년의 쿠데타에 이어 잉락을 몰아낸 2014년 쿠데타에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총선 전의 군부정권에서는 부총리를 지내며 총리가 깍듯이 모시는 군부의 큰형님이자 정권실세로 불리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탁신과 고모 잉락, 후속지도자들도 군부에 의해 풍비박산 나는 것을 보고 겪은 패통탄은 군부와의 연계를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23년 총선에서 패통탄의 프어타이당은 141석, 쁘라윗 대표의 팔랑 프랏차랑당은 40여석을 확보했다.
최다석을 확보한 전진당의 피타후보마저 군부중심의 상원반대로 총리선출에 실패하자 패통탄의 프어타이당은 군부 중심당인 팔랑 프라차랏당을 포함 11개 정당과 연립을 이뤄 여당이 되며 총리(세타 타위신)를 탄생시켰다. 정권창출을 위해 태생이 다른 정당과의 ‘불편한 동거’를 선택했던 셈이었다.
총리선출 투표에 불참하고 기자를 폭행한 쁘라윗 대표의 행동이 연립의 균열을 의미할 수 있다는 불안한 우려로 이어지는 이유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