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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속 태국 계절음식 카우채
 
  폭염 속 태국 계절음식 카우채  
     
   
 
*카우채 세트

남아가 프라이팬 위에 앉아있는 것처럼 뜨겁다.

태국도 다르지 않아 일부 지방의 한낮 최고온도가 섭씨 45도에 이르고, 수도 방콕의 체감온도는 연일 50도를 넘어서고 있다.

태국 질병통제본부는 3월 이후 열사병으로 3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태국은 1년 중 3-4월이 가장 더운 계절이긴 해도, 올해처럼 끔찍한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엘리뇨에 따른 이상기온이라고 하는데 태국정부는 지난 4월 24일부터 폭염경보를 내리고 외부활동을 자제하라고 거듭 권고하고 있다.

태국은 보통 4월 12-13일 쏭끄란을 전후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올해 2024년은 4월 들어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더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바깥에 잠깐만 가만히 서 있어도 눈 사이로 땀이 스며들 정도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더위를 이기기 위해 다양한 찬 음식들을 개발해 냈다.

태국 한 기업 임원을 방콕 한식당에서 만나 냉면을 먹으며 그런 설명을 했는데 태국임원은 태국에도 더위에 먹는 계절 음식이 있다고 응수하며 다음날 점심시간에 맞춰 카우채 3세트를 보내줬다.

*태국 기업임원이 보내온 카우채 세트. 자스민 물에 얼음과 밥을 넣고 달콤 짭잘한 반찬과 함께 먹었다.

태국에 찬 음식이 있었는가 되짚어 봤는데,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려는 사람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태국 여름음식 카우채(Khao Chae)는 쌀(카우)+물에 담그다(채)로 이루어져 있다. 카우채가 맞는 것 같은데 카오산로드 처럼 ‘카오채’로 표기하기도 한다.

글자 뜻 그대로 ‘쌀밥을 찬 물에 말아먹는 것’이다.

흰 쌀밥을 해 흐르는 물에 3번 이상 씻어 찰기를 없앤 다음 자스민 향기나는 물에 말고 얼음을 넣어 먹는 방법이다.

*다양한 생야채들을 곁들여 먹는다 

이 얼음물과 함께 여러 반찬이 제공되는데 달콤하기도 하고 짭짤하기도 하다 오이, 생강, 파, 덜익은 망고 등 생야채도 곁들인다. 카우채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반찬 맛은 어디서 먹어본 듯 안 먹어본 듯 아리송하다.

새우와 매콤한 소스, 양파를 섞어 만든 경단을 튀겨서 내놓는 ‘룩까피’, 말린 무를 설탕과 양념으로 재운 ‘후어차이 뽀’, 가오리를 말려 짭짤한 양념에 곁들인 ‘쁠라 칙 팟완’이란 반찬이 함께 제공되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식재료다. 다만 양념 맛이 조름 다르다.

카우채는 태국 중부에 살던 몬족이 쏭끄란 제사음식으로 이용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년 전인 태국 라마 2세(1766-1824) 때 몬족의 카우채 레시피를 도입해 수정한 뒤 오늘에 이르렀다. 라마 5세인 쭐라롱껀 대왕(1853-1910)이 카우채 마니아로 알려져 있고, 태국에서는 4월 중순 쏭끄란 축제에 먹는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모양은 오징어 채 같기도 하고, 무채 같기도 하다.

그러나 쏭끄란 음식은 아니고 3월-4월말 무더 위에 먹는 ‘계절음식’이란 의미가 더 강하다.

얼음을 구하기 어려웠던 과거에는 도자기에 물을 담아 그늘에 두거나 녹나무 캄포 등을 이용해 밥에 말 찬물을 마련했다고 한다. 찬물을 구하기 어려웠던 탓인지 카우채는 ‘왕실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태국에서는 3-4월 S&P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한시적으로 팔기도 하고, 카우채로 유명한 식당에는 사람들이 몰리기도 한다.

자스민 우린 얼음물에 밥을 말아먹는 만큼 특별한 맛은 없지만 좀 상큼하기는 하다. 이 맹맹한 밥 맛을 보완하기 위해 달콤 짭짜름한 반찬들이 제공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기막힌 맛이라기 보다는 더위로 인해 숟가락질이 버거울 정도로 떨어진 입맛을 달래주는 정도의 '입맛 전환 효과'가 있다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나저나 며칠간 카우채 3세트 다 먹도록 비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로 빗소리, 폭포소리나 크게 틀고 잠이나 청해야 할까나? <by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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