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쩨파이는 2017년 12월 레스토랑 평가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가 방콕판을 공식 출간하면서 별점 한 개를 준 태국의 유일한 노변식당이었다. 수핀아 할머지는 2019년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길 위의 셰프들' 방콕편에 출연해 유명세의 정점을 찍었다.
태국어로 `란’은 `식당’, `쩨’는 `언니’, `파이는 `점’을 말하니까 `란쩨파이’는 `점순이 언니 식당’ 쯤으로 해석되는데 이곳은 전에도 유명했지만 미슐랭 별점을 받은 뒤 태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도 거의 모르는 이가 거의 없는 명소가 됐다. 참고로 수핀야 준수타 할머니는 목에 큰 점이 있다. 식당은 오후 1시30분에 열어서 새벽 1시30분까지 영업한다.
‘점순 언니 식당’의 주인 수핀야 할머니는 요리할 때 숯에서 나오는 연기를 막기위해 스노클링할 때나 이용하는 고글을 쓰는데 이 요리복장이 이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미슐랭 별점을 받던 2017년에도 똠얌꿍 한 그릇에 600~800 밧을 받고, 게살 오믈릿은 800 밧을 받았으니 일반 식당의 2-3배 정도로 비쌌다.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오랫동안 단골을 유치하고 줄서서 먹을 정도로 좋은 평판을 받는 단 한가지 비결은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음식답게’ 만드는 데 있었다.
더욱이 음식에만 집중하는 수핀야 할머니의 폐부를 찌르는 말도 종종 화제가 됐다.
미슐랭 별점을 받은 소식을 듣고 당시 총리가 맛보러 올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총리가 오면 어민들을 좀 잘 대해주라고 말하겠다. 그리고 경찰들이 먹고 살려는 사람들에게 너무 깐깐하게 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슐랭 별점을 받는 날엔 이런 소감도 밝혔다. “상 받으니 좋다. 하지만 일하러 가야 한다. 내가 까탈스럽고 화를 잘 직원이 없어 늘 일손이 달린다.”
농심이 지역스타 수핀야 할머니를 어떻게 설득했는지 모르지만 신라면과 똠얌의 맛을 접목시켰다며 ‘기상천외’의 말을 만들어 냈다. 또 수핀야 점순이 할머니를 ‘셰프 쩨파이’로 호칭 전환한 뒤 함께 메뉴를 개발했고, 농심 연구원들이 란쩨파이를 찾아 시식하고 노하우를 익혔으며, 한국에 돌아와 제품을 개발했고, 쩨파이 셰프를 한국 본사로 초청해 최종 레시피를 완성했다고도 깨알처럼 덧붙였다. ‘꿈만큼 해몽도’ 좋다.
란쩨파이의 비싼 음식을 염두에 둔 것인지 셰프의 인지도를 더해 태국에서 프리미엄 라면시장을 열어가겠다고도 홍보했다.
7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태국 라면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으나 한류의 영향 등으로 한국산이 1위를 차지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특히 한국라면의 또다른 브랜드 삼양이 내는 매운맛의 불닭볶음면은 공전의 히트를 치며 태국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똠얌라면은 태국에서만 판매한다고 하는데 현지화 전략을 제대로 구사하는 농심라면이 과연 태국 소비자의 폭넓은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또 뭐든 포화시장이라지만 찾아보면 길이 있는 모양이다.
깐깐한 점순이 할머니 섭외하고, 태국풍의 현지제품을 내놓은 이름모를 어떤 똘똘한 직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아이디어가 성공으로 이어지길 응원한다. <by Harry>
*태국내 행사 때문에 신라면 많이 샀는데 점순이 할머니의 ‘똠얌라면’이 아직 안나온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