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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새정부의 '돈 풀 결심
 
  태국 새정부의 '돈 풀 결심  
     
   
 

태국 새정부의 ‘돈 풀 결심’

태국 새정부가 마침내 들어섰다.

총리선출에 진통을 겪다 지난 8월 22일 11개 정당이 연립해 총리선출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5.14 총선 이후 꼭 100일만이다.

태국 제30대 총리는 거대 부동산기업 CEO 출신의 세타 타위신(60). 11개 연립정권을 주도한 친(親) 탁신계의 프어타이당 소속이다. 탁신 전 총리는 IMF 이후 2000년 초반까지 태국경제를 부흥시킨 인물이다. 개인 부패혐의로 지탄받으며 결국 군사쿠데타로 실각했지만, 그의 경제정책은 포퓰리즘이란 비난속에서도 ‘탁신노미아’란 신조어까지 나오며 주목받았다.

태국 새정부는 ‘탁신 정책’을 닮았다. 천문학적 돈을 풀고, 최저임금의 파격 인상 등을 내세우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란 우려는 여전하지만 ‘탁신의 향수’를 떠올리며 희망 또한 피어오르고 있다.

글 이유현 현지 리포트

20조원 돈보따리, 약( 藥)일까 독(독)일까?

프어타이당은 총선 전부터 ‘16세 이상 1만밧(한화 약 38만원) 지급’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출범이 확정된 직후에는 내년 1분기 이전까지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인구 7천만명인 태국의 16세 이상 인구는 5천만여 명. 6개월 기한의 디지털화폐로 지급하고 거주지 반경 4km 이내에서만 사용토록 한다는 것인데, 총 5천600억밧의 예산이 소요된다. 한화로 약 21조원. 한국 국방예산(57조 원)의 37% 수준이고, 태국 국민총생산(GDP)의 3%에 이른다.

이 뿐만 아니다. 70개 주요 정책에는 4년 동안 총 114조 원이 투입되는 ‘돈풀기 정책’이 수두룩하다. 전기세 및 전철요금 등 공공요금 인하와 노인복지,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등도 포함되어 있다. 디지털화폐 지급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재무부장관까지 겸직한 세타 총리는 지역경제 소비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확대돼 소득세 등 세수증가만 3천억 밧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최저임금과 대졸 입금의 대폭 인상

태국 새정부의 선심성 정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지역별로 달라 354밧(1만3452원)에서 328밧(1만2454원)인 일일 최저임금을2027년까지 600밧(2만2800원)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평균 인상률이 70%가 넘는다. 대졸 사무직의 첫 급여도 현재 1만5천밧(57만원)-2만밧(76만원) 수준인데 ‘최소한’ 2만5천밧(95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태국 새정부는 16세 이상 디지털화폐 지급과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증가로 이어져 경제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졸자의 급여도 11년전 1만5천밧에서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생활비는 17%나 올라 ‘국민생활 향상’을 위한 차원에서도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대신 ‘돈풀기 정책’으로 우려되는 인플레이션은 공공요금 인하 등으로 대처해 ‘경제회복’과 ‘물가안정’이란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복안이다.

태국 내 한국 진출기업에 미치는 영향

태국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태국중앙은행(BOT)은 디지털화폐 지급 등으로 경제가 점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코로나 이후 예상만큼 관광수입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은 우려요인으로 분석했다.

태국 금융정책위원회(MPC)는 디지털화폐 지급 세부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효과에 대한 판단을 유보 중이다. 전격 시행시에는 최대 3%의 경제팽창 효과가 있지만 지급이 지연되면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산업계에서는 임금인상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한다. 비현실적 임금인상은 소비체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노동시장과 국가경쟁력 약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례로 2012년 단행된 태국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90% 이상을 차지하는 태국내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미쳤으며 외국 투자감소와 함께 기업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인근 저임금 국가로 떠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한다. 최저임금 인상 후 5일만에 2천500명이 해고됐다는 집계도 다시 꺼내든다.

최저 임금은 정치적 고려에 의한 인위적 상승보단 고용자와 피고용인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태국 내 한국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급격한 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새정부에 거는 기대

2014년 군부에 의해 축출된 친탁신의 잉락총리 정부도 다양한 선심성 정책을 내세웠으나 이행되지 않거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대표 선거공약 중의 하나였던 정부의 쌀 수매정책은 비리로 얼룩지며 국제시장에서 태국 쌀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최저임금 인상의 파장이 이어지자 중소기업 대상 법인세를 인하하고 장기저리 융자를 해주는 등 부랴부랴 보완정책을 실시하기도 했다.

친 탁신계 정당의 정책이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태국인들은 탁신 정부 시절인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경제부흥기를 기억한다. 더욱이 20여년 동안 사회분열의 원인이 된 ‘앙숙관계’의 친군부 정당도 아우르는 거대 연립정권이 탄생한 것은 무엇보다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유현 리포터는 작가이자 일간지 언론인 출신으로 2003년 태국 방콕에 마이스(MICE) 기업 한태교류센터 KTCC를 설립, 20년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출처:기업나라 10월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