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오긴 올 모양이다.
쿠데타로 물러나 총 17년 동안 해외에서 숨어지낸 탁신 전 총리의 귀국 일정이 잡혔다.
그의 딸 패통탄 친나왓이 7월 26일 SNS를 통해 8월 10일 방콕 돈므엉 공항을 통해 귀국할 것이라고 이례없이 ‘아주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9월 UN 연설차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군사 쿠데타로 축출된 뒤 2008년 2월 귀국했으나 6개월 뒤인 그해 8월 베이징올림픽에 귀빈초청을 받아 당국의 허가속에 출국했다가 15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태국 총선에서 총리 후보 1순위로 부상한 패통탄은 아버지 탁신이 74번째 생일(오는 7월 26일) 전에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2주 전인 7월 13일엔 정국불안으로 귀국을 연기하겠다고 번복했다.
탁신이 귀국하면 우선은 집이 아니라 교도소행이 유력하다.
17년 동안 해외를 전전하는 동안 궐석재판으로 총 12년 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중 국유지 매입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2년 형을 받은 판결은 10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하지만 복권관련 불법행위로 2년, 또다른 직권남용 3년, 통신사 주식보유관련 불법행위에 의한 5년 형 등 총 10년은 ‘감옥살이’를 해야한다.
태국 교정국은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방콕 교도소에 탁신을 수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체포영장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정국은 탁신이 노인수감자에 해당되며 교도소내 병원에서 코로나검사를 위해 10일간 격리된 뒤 질병이 있을 경우엔 치료를 받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정국이 안정된 뒤 귀국할 계획을 밝혔던 탁신이 다시 공개적인 귀국계획이 나온 것은 1주전에 비해 상황이 한결 유리해진 원인도 있다.
총선에서 최대의석수를 확보한 전진당의 피타후보가 국회에서의 2차례 총리선출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딸 패통탄이 소속된 프어타이 당이 연립정부 구성과 차기 총리후보 추대 우선 권한을 갖게 됐다.
하지만 프어타이 당의 세타 타위신 후보가 총리로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던 7월 27일의 3차 총리투표 상하원 합동의회는 무기 연기됐다. 태국 옴부즈만 사무소가 피타 후보에 대한 의회의 재지명 불가 결정이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헌법 재판소에 청원했기 때문이다.
태국 옴부즈만은 1999년 헌법에 근거해 국회 소속으로 설립되었고, 국회추천을 받아 국왕이 임명하는 기관이다. 태국 사법부가 왕실개혁을 주장하고 이를 당의 정체성으로 삼는 피타후보의 전진당에게 과연 유리한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탁신은 2008년 귀국 때 처럼 일단 보석으로 석방된 뒤 사면을 받을 가능성이 예상된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 친군부정부와 담합했다는 루머도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새총리 선출과 함께 태국정치의 '핵폭탄'인 탁신의 귀환은 태국에 갈등과 분열의 불씨를 되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손자들이나 돌보며 살겠다고 누누이 밝히지만 특히 이번에 탁신은 어느때보다 뒷배가 든든하다.
막내딸 패통탄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총리후보를 세타 타위신에게 공개 양보한 상황이긴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어쨌든 총리 후보 1순위다. 탁신이 해외에 머문 17년 동안 친탁신 계 총리들이 3명이나 탄핵당했고, 그를 지지하는 당은 이리저리 이름을 바꿔왔지만 지금의 프어타이 당은 명백한 ‘탁신의 뿌리’다.
프어타이 당은 유리한 카드패가 자신들에게 돌아오자 총리선출을 위해 지난 1주일 동안 친군부 당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만났다. 권력 복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요즘은 태국 거주 외국인이든 태국인이든 두사람 이상만 만나면 예상이 제각각인 온통 태국정치 이야기다.
탁신은 결국 돌아오고, 새총리는 친탁신의 프어타이 당에서 나올 것 만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