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연출하던 무렵, KBS 출입기자이던 나는 KBS 별관 6층 드라마국에서 윤석호 감독을 자주 만났다.
조용하고 감수성이 예민한데다 색을 중요시하는 소년 같았던 그는 ’가을동화’의 큰 성공 뒤 ‘겨울연가’의 시놉시스를 보여주며 [이 드라마 어떨 것 같아요]하며 물었다.
이미 연출결심을 굳혔지만 응원 받으려는 심산을 모를리 없었다. 나는 거침없이 시니컬한 의견을 냈다. ‘출생의 비밀’ 등 ‘가을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몇 개월 뒤 배용준, 최지우 등의 주인공들과 함께 주 촬영지인 남이섬 잔디밭 위를 설렁이며 윤감독의 [큐] 사인을 듣고 있었다.
‘남이섬’을 주 촬영지로 한 ‘겨울연가’는 일본 뿐만 아닌 태국에도 ‘가을동화’와 함께 ‘랑데부 홈런’을 떠뜨렸다. 그 뒤 윤감독에게는 [내가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겨울연가’가 방송 된 몇 년 뒤엔가 방콕 센터럴백화점이 보이는 육교 위에서 나는 윤감독과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함께 들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가을동화’와 ‘겨울연가’의 DVD를 태국에서 기념으로 사기도 했다.
그 뒤 10년 쯤 뒤 남이섬과의 인연은 또 이어졌다.
2010년 한국 풀로케 태국영화 ‘헬로스트레인저(권문호)’의 촬영지를 남이섬으로 유치해 태국영화사와 공동제작한 것이었다.
영화가 한류에 열광한 태국 여주인공이 ‘겨울연가’의 배용준을 만나고 싶고, 한류여행지를 여행하는 컨셉트이라 남이섬을 찾게 한 것이다. 태국 남여주인공은 ‘겨울연가’의 배용준 동상을 포함한 남이섬 곳곳에서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