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이름붙인 애완견 크림이가 13년의 태국 견생을 마감했다.
2019년 여름 며칠간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다 기적처럼 회생했고 3년6개월을 더 살아냈다.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뒤엔 비틀비틀 걸었고 꼬리치고 반기는 모습은 영원히 사라졌다.
그래도 아내가 지극정성으로 거르지 않고 매일 주는 통조림 4분의 1통을 아침마다 즐겁게 비어냈다. 어제도 잘 먹었다고 한다.
아침 산책길에 보니 의식을 잃고 두다리 쭉펴고 뻣뻣한 몸으로 쓰러져있어 수건에 쌓아 집에 넣어줬다. 들썩거리는 배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호흡이 있었지만 점심 무렵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온통 시멘트인 집근처 어디에도 묻어줄 곳이 없어 동네 화장시설에 맡겼다.
서너시간 뒤 꽃 두송이가 올려진 사체와 불꽃이 붙은 사진이 증빙으로 보내져 왔다.
한주먹도 안될 뼛가루는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