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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정치 마그마 레드셔츠는 어디에?
 
  태국정치 마그마 레드셔츠는 어디에?  
     
   
 

5월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2000년대 이후 태국 정국을 뒤흔든 레드셔츠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레드셔츠는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며 ‘독재저항을 위한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United Front For Democracy against Dictatorship)을 구성해 온 태국 정치세력이다.

2010-2011년에는 노란색 옷을 입은 왕당파와 극렬하게 맞서며 장기간의 과격 유혈시위로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2014년 쿠데타 이후 군부의 집중견제로 뿔뿔이 흩어지거나 조직이 와해됐지만 재정비하며 2023년 태국 총선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 영문일간지 방콕 포스트는 2월 8일 ‘억제된 힘’이라는 제목을 넣어 레드셔츠를 특별보도했다.

국 정치는 2006년 9월 18번째 군사 쿠데타로 탁신 전 총리가 축출된 뒤 반(反)탁신과 친(親)탁신의 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000년 대 이후 친탁신 당은 선거의 명수였다.

탁신이 당을 이끌던 2001년, 2005년을 비롯해 선거만 하면 대승했다. 농촌지역인 동북부에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덕이었다. 태국 정치인들은 이를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라고 한다.

반(反)탁신파이자 태국 군부는 탁신과 친탁신파를 견제하기 위해 헌법을 뜯어고치고 쿠데타도 일으켰지만 선거만 하면 ‘백약이 무효’였다. 2019년 3월 군부가 헌법을 바꿔 총선을 치룬 것을 것을 포함, 태국은 2000년 이후 4번의 총선을 치렀는데 100% 탁신파의 승리였다.

2019년 총선도 군부정당이 전국 총 득표율에서는 앞섰지만 의석수에서는 2위로 밀렸다. 연립을 이뤘기에 총리투표에서 승리하며 정권연장이 가능할 수 있었다.

친탁신 파의 뒤에는 늘 레드셔츠가 있었다.

태국 국회는 하원 500명(400명은 지역구, 100명은 비례대표)+상원 250명으로 구성된다.

2019년 전까지는 하원선거에서 다수표를 얻은 정당후보가 총리가 됐지만 2019년 총선부터는 총리투표에 상원 250명도 참가하도록 군부가 헌법을 바꿨다. 그리고 상원 250명은 군부인사들로 채웠으니 총리투표의 ‘굳은자’가 됐다.

 

친탁신파는 이번 총선에서 군부가 임명해 임기가 남아있는 상원 250표는 기대할 처지가 아니다. 그러니 하원 500석 중 375석을 차지해야 총 750석 중 과반을 넘기며 정권탈환을 노려 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지지세력인 레드셔츠가 그 기반이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레드셔츠가 과거의 그 레드셔츠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은 구심점 역할을 했던 레드셔츠 지도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레드셔츠의 강경파 지도자 중의 한 명인 나타웃 사이쿠아는 지난해 친탁신 당인 프어타이 당의 1400만 명 당원확보 캠페인의 지도자로 돌아왔지만 또다른 지도자인 자투폰 쁘롬빤은 탁신을 군부와 타협한 배신자라며 마구 총질을 해대고 있다.

프어타이 당의 거물 여성정치인이었던 쿤잉 수다랏 키유라판도 타아쌍타이란 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심지어 ‘이산의 람보’로 불리던 레드셔츠 지도자 섹사꼰 아타웡은 군부정당과 쁘라윳 총리 지지로 돌아서 버리고 말았다. 한마디로 레드셔츠의 결집력이 옛날과 같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레드셔츠의 30%는 강경파, 50%는 중도파, 나머지 20%는 정치 부동층이 됐다고 파악한다. 강경파의 30%도 동남아 최대의 자동차 부품제조사인 Thai Summit Group의 40대 기업인 타나톤 루랑룽루안킷이 세운 미래 전진당을 지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시작되면 80%는 ‘어쨌든’ 반군부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야당에게는 ‘다행스럽게도’ 2014년 태국의 19번째 쿠데타 이후 8년간 정권을 이어온 태국 군부의 수뇌들이 이번 총선에 제각각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권력 욕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군부 큰형님격인 쁘라윗 부총리는 집권여당에 그대로 남아 단일 총리후보가 됐고, 쁘라윳 현총리는 별 이름도 없는 신당의 2년짜리 총리 후보로 나설 예정이다.

 

현재 여론조사로 보면 친 탁신의 프어타이 당이 35%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여당인 팔랑쁘라차랏 당의 지지도는 바닥으로 겨우 5%대이고, 차기총리 선호도에서도 쁘라윳 총리는 10%가 될까 말까다.

레드셔츠의 결집으로 프어타이 당이 압승하면 총리후보 1순위는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다. 현재 총리호감도가 21%대로 가장 높다. 1986년 생으로 이제 37세다. 

패통탄 친나왓은 태국 쭐라롱꼰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국제호텔경영을 공부했다. 정치인이자 재벌인 아버지 탁신 회사의 주식 등으로 이미 16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의 실각과 부침을 보며 '가치박탈'을 경험하고, 정치승부욕을 키워왔을 것이다.

탁신 총리에 이어 매제 쏨차이, 막내 친동생 잉락, 딸까지 총리가 되는 진기록이다. 태국정치 비판론자들이 ‘태국 정치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군부정당이나 레드셔츠의 지지당인 친탁신의 프어타이 당 등 어느 당도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뭉치는 기술이 좋은 곳’이 승리의 깃발이 꽃힌다. ‘연립 성과’에 따라 차기총리와 정권이 구성되는 것이다.

2019년 총선에서 하원 500석 중 80석을 얻은 미래전진당과 52석의 민주당, 51석의 품짜이타이당도 기회가 찾아간다.

미래전진당은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대마 합법화 등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품짜이타이당은 이번 정권에 연립여당이 된 만큼 군부 정당이 부진할 경우 상원의 표를 얻고 총리를 배출할 수도 있다. 현 아누틴 보건부 장관이 총리후보로 부각되는 이유다.

결국은 과거 친탁신당에 표를 몰아줬던 레드셔츠의 결집력이 태국정치 개편의 모든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기회, 가난의 되물림을 경험한 태국 서민들은 "다른 정당들을 거짓말만 일삼는다. (탁신시대)는 학생들이 테블릿 PC를 가졌다. 마약문제도 없었다"고 말한다. 

태국은 총선 후 한달 이내에 국회의원 95%의 당선이 확정이 되면 첫 국회가 열려 국회의장부터 추대된다. 

이어 두번째 국회때 총리후보에 대한 국회의원(상원+상원) 간의 투표가 실시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국왕의 인준이 있어야 비로소 총리가 된다.

2019년 총선에서 태국의 총 유권자는 5천2백만명이 넘었으며 투표율은 74.69%였다. 

태국정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정치체제를 갖고 있고, 정부수반을 뽑는 방법도 한국보다는 다소 복잡하다. 한국인들의 관심사도 아니지만 총선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십가지 예상이 가능한 흥미진진한 승부판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이끌 경제정부이며, 부패 없이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태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응원하지만, 살얼음 승부처에서 전략과 노림수가 엉겨있는 스포츠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느낌이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