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야 큰 관심사가 아니겠지만 태국 정계가 술렁이고 있다.
내년 초 실시될 총선이 다가오면서 새 총리후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며 정치인들의 이합집산도 시작됐기 때문이다.
12월 16일 현역 국회의원 34명이 품짜이타이 당으로 이적했다.
품짜이타이 당은 군부인사 위주의 팔랑쁘랏차랑 당과 연립을 이뤄 현 정부를 이끌고 있는 중간급 크기 정당이다.
이번에 품짜이타이 당에 합류한 정치인은 현 수상을 배출한 팔랑쁘랏차랏 당에서 11명, 탁신파인 프어타이 당에서 5명, 미래전진당인 무브포워드 당에서 5명, 가장 오래된 민주당에서 1명 등 오는 등 실로 다양하다.
최근 슈퍼폴 설문조사에서는 현 보건부장관이자 품짜이타이 당의 대표인 아누틴 찬위라꾼이 차기총리 적합도에서 선두에 오르며 차기 총선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내년 5월 7일로 예정돼 있지만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태국 총선은 총 500명의 하원 국회의원을 뽑는다. 400명은 지역구, 100명은 비례대표다. 18세 이상의 태국인들은 투표소에서 하나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또 하나는 지지정당에 투표하는 식이다.
하원의 임기는 4년이며, 어느 당도 총 의석수의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연대를 통해 총리투표에 참가한다. 총리는 국회의원 5분의 1의 지지를 얻어야 후보로 나설 수 있다.
그런데 총리퉆에는 하원만 참가하는 게 아니다. 상원 250명도 참가한다. 상원의 임기는 6년이며 2024년까지 임기가 이어진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 현 집권여당의 중심축인 팔랑쁘랏차랏 당은 하원 선거에서 100석 밖에 얻지 못해 친탁신의 프어타이 당의 133석에 못미쳤다. 그러나 50-60석을 차지한 민주당, 품짜이타이 당 등 17개 당과 연립을 이뤄 정권을 탄생시켰다. 게다가 총리투표에 참가하는 상원은 군부가 지명하도록 법을 바꿔 놓아 총리투표의 ‘자동 뻥’ 굳은자 표가 되었다.
올해 속속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쁘라윳 총리와 집권여당인 팔랑쁘라차랏 당의 지지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정당지도에서는 겨우 5%대이고, 차기총리 선호도에서도 쁘라윳 총리는 10%대다.
반면 친탁신계열의 프어타이 당이 35%로 지지율 1위며, 탁신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의 총리호감도가 21%대로 가장 높다.
결국 총선에서 어느 당도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연립 성과’에 따라 차기총리와 정권이 구성되는 것이다. 친탁신의 프어당이 당이 승리해도 군부가 임명한 상원이 총리후보를 지지해 줄리 없으므로 셈이 복잡해진다.
이런 가운데 연정을 이뤄 현정부에 참여한 품짜이타이타이 당이 어부지리 횡재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12월 16일 34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입당한 것처럼 세를 더 불리나가면 연립을 주도할 주축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아누틴 장관은 군부가 지명한 상원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태국 정치의 공학을 계산하면 총리에 가장 근접한 후보인 셈이다.
물론 친탁신의 프어타이 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과반 이상을 차지하면 정권향배는 게임 끝이다.
친탁신파가 정권탈환에 성공하면 다시 군부와 대척점에 서게 되며 만성적인 쿠데타설이 퍼질 가능성이 있다. 2000년 이후 전형적인 태국 정치패턴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