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오려나?
32년 전인 1990년에는 12월 1일 오전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
입사 동기들은 그 첫 눈을 기억하자며 ‘서설회(瑞雪會)’란 모임을 만들었다.
크게는 서너살 차이로 30대 전후의 나이였는데, 누군가가 메모 한 장을 돌렸다.
어떤 외신기자의 수첩에서 발췌했다는 출처 불명의 ‘기자의 10계명’을 한자로 정리한 것이었다. 그것을 복사해 혼자살던 자췻방 거울앞에 붙여놓고 아침마다 들여다 본 뒤 출근했다.
지금도 5개는 확실히 기억한다.
-기자이기 전에 인간이어야 한다.
-물욕에 휩싸이지 않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매일 신문을 읽어라.
-교양과 건강은 기자의 생명이다.
동기들은 이제 모두 첫 직장을 떠났다.
어떤 이는 고인이 됐고, 대부분 연락마저 안된다.
하지만 20대에 가슴에 지피며 살았던 교훈은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다.
2세가 생기고,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곧 올해의 마지막 달.
한국은 날씨가 추워졌다는데 서울에 첫 눈 소식이 있을런가?
평생 눈구경할 리 없는 태국 생활 20년째로 접어들지만 해마다 12월을
맞는 감상은 설레임이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