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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소녀의 잃어버린 한국의 꿈
 
  태국 소녀의 잃어버린 한국의 꿈  
     
   
 

태원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 중 태국인 여성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국어 어학연수 중 사망한 태국인 낫티차 마깨우(27) 씨다.

낫티차는 방콕에서 차로 8시간 꼬박 걸리는 태국 동북부 마하사라캄대학의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어 교사로서의 꿈을 키우던 여성이었다.

방콕에서 태국인을 상대로 한 한국어 강사를 하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일이 끊기자 방콕의 한국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경비를 마련, 서강대 어학원에서 단기연수 중이었다.

한국정부에서 태국으로의 운구와 장례비용을 지원하고, 태국 정부에서도 사망에 따른 사회보장료 등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한국어를 전공하며 한국에 대해 품었던 낫티차의 꿈도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낫티차는 마하사라캄대학 한국어과 9기 졸업생이다.

특별한 것은 마하사라캄대학은 2007년부터 코로나 이전까지 10년 이상 매년 태국 방콕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수학여행지로 선택해 화제가 되곤했다.

2학년 한국어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학여행은 학생들이 모두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대사관 강당에서 특별강의를 들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한국문화원을 방문해 한국을 간접체험하는 2박3일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대사관 측에서도 태국학생들이 한국어 전공의 꿈을 이어가도록 방문을 환영하고 정성을 다해 대하는 모습이었다.

마하사라캄대학 측은 "한국체험이 쉽지 않은 학생들에게 태국 한국대사관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계속 수학여행지로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곤 했다.

필자도 2016년 11월 17일 한국대사관 강당에서 수학여행 온 마하사라캄대학 8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전공 뒤의 진로’에 대한 특강을 한 기억이 있다. 눈망울이 또롱또롱한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잘 하면 좋은 미래를 맞고 꿈을 키울 수 있다며 비유와 사례를 섞어 말해주었다.

낫티차가 강의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이로 미루어 그 시기나 아니면 한두해쯤 전에 한국대사관 수학여행단에 참여했었을 것이다.

마하사라캄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리키던 유희경 교수(현 콘캔대학 교수)는 “인솔교사로 낫티차와 함께 한국대사관을 방문했을 때 좋아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명랑하고 참 성실한 학생이었다. 운구가 도착해 장례식에 열리면 참석할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1998년 교양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한 마하사라캄대학은 2005년엔 전공과목으로 선택했다. 현재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은 총 400여명, 한국어과 교수는 3명이 재직중이다.

마하사라캄 대학 한국어 졸업생들은 우리회사를 포함해 태국내 한국기업 등에서 활발히 인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취업자수도 많다. 내년부터 다시 한국대사관을 수학여행지로 재개할 계획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주태 한국교육원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25% 이상이 태국인이며, 2022년 태국 대입시험에서 제2 외국어를 한국어로 선택한 학생수는 한국어가 중국어에 이어 2위(17.6%)였다.

2018년 한국어가 태국 대입시험에서 제2외국어 채택된 뒤 기존의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5년만에 모조리 추월한 결과였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려고 태국 한국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했을 것 같고, 넉넉치 않은 가정 형편에 스스로 연수비용을 마련해 한국을 찾았던 낫티차.

그녀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이 있고, 비슷한 꿈을 꾸는 한국어 전공자들도 많으니 저 세상 가는 길이 마냥 외롭지 않길 바랄 뿐이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