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 속의 불편한 진실
-괴로운 서울 생활-
4개월 후에 온 서울은 또 엄청 달라져 있었다.
사는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나 갑갑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래서야 어찌 살아 갈 수 있는지 비명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도착 첫날부터 황망함이 이어졌다.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까지 논스톱으로 온 것은 편리했지만 어떻게 밖으로 나가는 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외부 출구 안내표지가 없었다.
나를 포함해 여러 명의 외국인들이 일제히 허둥댔고, 누군가 호출버튼을 누른 뒤에야 어디선가 문을 열어준다는 것을 겨우 알게 됐다. 그럼 어디라도 좀 써 붙여 놓던지.
계단을 여러 번 오르는 동안 가방을 이동시켜주는 컨베이어 벨트가 있어서 편리했지만 정작 마지막 출구 30여개쯤 계단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가방을 들고 오르느라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5%, 아니 10% 부족한 서울이다.
밖으로 나오니 택시들이 씽씽 지나갔다. 하지만 어느 택시도 서지 않았다.
모두 ‘예약’이란 표지를 붙이고 있었다. 전에 깔아둔 카카오톡 어플을 이용해 불렀지만 출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반경 10km 이내에서 호출에 응하는 택시가 없었다. 길거리에 서서 40분이 지났다.
어플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노인들은 길에 다니는 택시를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까지 영락없이 시간맞춰 태워다 주는 운전기사가 간혹 헤매면 레이저를 쏘아대던 것을 반성한다.
‘왜 이렇게 택시가 없냐고’ 나중에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빈택시 2만5천대가 서 있다고 대답했다. 회사 택시 급여가 너무 싸 그렇다는 것이었다. 플랫폼 택시는 몇배 비싸게 허용해 주는 것과 비교하면서 택시 기사가 정부에 대박으로 욕을 퍼부었다. 배달맨, 일명 라이더들은 돈을 많이 벌고 그곳으로 일손이 많이 빠졌다는 이야기도 했다.
새로 옮긴 회사는 집에서 약 3km가 안됐다.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고 걸어가기에도 택시를 타기에도 애매한 거리였다. 첫날은 택시를 타고 병원을 들러 출근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짧은 거리를 가는데 1시간30분 이상 걸렸다. 어플을 통해 또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오지 않아 30분이 지났다. 결국 버스를 탔는데 노선이 안맞아 두번을 갈아탔고, 회사가기 전에 들르려던 치과를 코 앞에 두고는 뱅뱅 돌았다.
편의점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더니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 내비게이션을 켜고 걸어 가라”고 했다. 근데 그 내비게이션이 마구 뺑뺑이를 돌린 것이었다.
‘연세00’라는 이름이 들어간 치과는 왜 그렇게 많은지? 지하철 출구 9번역 근처라고 인터넷에 표기해 놓고, 간호사는 8번역으로 나오라고 했다. 8,9번 거리 차이가 엄청 났다.
가방메고, 휴대폰 들고 두리번 거리다 결국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뼈는 부러지지 않은 것 같지만 오른손 세마디가 로보캅 손가락이 됐다. 컴퓨터 자판을 도저히 칠 수 없을 정도였다. 노트북에 연결해 쓰던 키보드도 대동댕이 치면서 다 깨지고 말았다.
하루 뒤에 다가온 휴일을 이용해 출근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방법이 여럿이었다. 얼핏보면 편리해 보였다.
첫번째는 공용 자전거 따릉이. 회사로 이르는 길에 가파른 언덕이 너무 길게 이어져 절반이상을 끌고 갔다. 40분쯤 걸렸다. 등판에 땀이 배었다.
동력을 이용한 이동수단이 필요해 보였다. 전동 외박 킥보드가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물어보니 마구 타다가 정지시켜 놓으면 된다고 했다. 4개월 전에 전에 못보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