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훈은 한 시간도 채 안돼 한 되 반쯤의 뼛가루로 변하는 화장장의 풍경을 묘사하며 죽음은 가볍다고 말했다. 죽음이 가벼우니 삶의 무거움을 버티어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죽음은 날이 저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애도할 만한 사태가 아니며 일상생활하듯이,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듯이, 그렇게 가볍게 죽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누구나 죽음이란 종착역을 향하고 있고, 이 종착역에 거의 다 온 사람도 평생살 것 같이 말하고 행동한다. 죽음은 자각하지 못하고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야 실감이 난다.
오늘 동시에 두분의 죽음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 나이보다 겨우 몇살 더 많은 사람들이다.
한 분은 한-태 합작 다큐멘터리를 찍은 한국의 여성 제작자였고, 또 한 분은 옛직장 선배다.
두분다 병환으로 몇 년 동안 고생하다 하늘나라로 갔다. 여성 제작자의 아들은 수목장을 지낸 뒤 애통한 심경을 장문의 글로 남겼다. 장성한 아들 둘을 둔 선배는 강단이 있고, 매사 용감했다. 자주 연락하고 지내진 못했지만 언제든지 내게 참 잘해주던 생각만 있다. 비오고 바람부는 자연현상으로 하기엔 슬픈감정이 밀려든다.
그들이 편히 쉬고 노래할 또다른 세상이 있길 바라며,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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