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 연간 4천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찾은 태국은 카지노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엄청 클 것이라는 주장이 쉼없이 제기됐으나 합법화는 번번히 수포로 돌아갔다. 그 때마다 태국인들의 도박성향을 나타내 주는 통계가 발표되며 긍정 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많다는 각계의 우려 때문이었다. 2016년 별세한 푸미폰 전 국왕이 카지노 합법화에 대해선 강한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
태국인들의 도박 성향을 말해주는 여러 통계가 있다.
태국 도박 연구센터(The Centre for Gambling Studies.CGS)의 2019년 발표에 따르면, 그해에만 70만 명이 새로 도박 인구에 편입됐고, 첫 도박을 7세에 한 케이스도 보고됐다. CGS는 2017년부터 도박 습관을 조사했는데 조사 당시 한 달 동안에만 전체 인구의 57%에 이르는 3천42만 명이 여러 종류의 도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도박인구의 20%인 73만 3천 명이 15세에서 18세까지였고, 46%는 19세에서 25세, 42%는 60세 이상이었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도박이 만연하다는 통계였다. 도박 규모는 축구 도박이 연간 6조4천억원(1천600억 밧), 지하 복권이 1천530억 밧, 정부 복권이 1천500억 밧이었다. CGS 은 태국은 1회 1억 장의 복권을 발권하는데 인구수보다 많고, 이것이 도박심리를 자극하는 원인이라고도 분석했다.
사회단체인 람지티 연구소도 유럽축구리그와 월드컵 때 태국 청소년의 축구도박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2006년 월드컵 때의 판돈은 10조대에 달했으며 2010년 월드컵 때는 한달여 동안 불법도박 혐의로 1782명이 체포됐다.
태국의 불법도박은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돼 이를 눈감아준 관할지역의 경찰들이 책임을 묻고 전보되고, 도박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설립됐지만 큰 실효가 없었다. 물고기, 닭, 개 등을 이용한 전통 도박도 곳곳에서 성행하는데 싸움닭은 오래된 전통이라며 질끈 눈을 감아주고 있다. 전국 6천마리가 넘는 투계가 있으며 한 때 내무부장관은 전통스포츠를 고양하고, 서민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라며 1주일에 일요일만 가능한 닭싸움을 토요일도 해도 된다고 허용한 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닭싸움이 무슨 전통스포츠냐. 닭싸움은 도박을 장려하는 것과 다름없고, 동물학대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곳곳에서 닭싸움이 횡행하고 있다.
탁월한 싸움 실력은 가진 닭을 보유한 주인은 떼부자가 되기 십상이다. 닭싸움에는 억대 판돈이 걸리고, 혁혁한 승리를 기록한 싸움닭이 죽으면 관에 담겨 저승길로보내지기도 한다.
지방 곳곳엔 투계협회도 있다. 싸움닭 중 ‘루엉항카오’는 노란색 몸통에 흰 꼬리를 가진 종자인데 태국 고대 아유타야시대 나레수완대왕이 기르는 종족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