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코로나 감염 건수가 줄어들면서 해외여행이 손쉬워지고 있다.
태국도 7월 1일부터는 사전 입국 승인이나 코로나 의무보험 없이도 자유로운 입국이 가능하며 출발 전은 물론 도착 후에도 코로나 검사조차 하지 않는다.
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도 살아나고 있지만 한국행은 ‘산 넘어 산’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태국인이 한국에 입국하려면 출발 전 코로나 음성확인이 되어야 하고, 도착해서는 약 8만 원 가량이 드는 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되어있다. 인천공항에서 검사받고, 숙박 또는 거주지로 이동하는 가운데 검사 결과가 나온다. 이는 물론 태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에 대해서도 해당된다.
한국 입국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K-ETA(Korea 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 제도다. 2021년 9월부터 무사증 입국대상 국가 국민의 한국 입국 시 사전 정보를 입력하고 입국 승인을 받는 것인데 비용은 1만 원 가량이지만 K-ETA에서 불허되는 태국인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한국 관광시장 개방을 홍보하기 위한 사전답사팀으로 참여한 태국 여행사 관계자의 입국 승인이 거부됐고, 태국 가수도 입국이 불허돼 우여곡절 끝에 재승인됐다. 태국 관련 사이트에는 태국인 아내의 한국 입국이 영문도 모르고 거부돼 도움을 호소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에도 K-ETA 승인을 얻지 못한 태국인들의 문의와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ETA 상담창구에 문의하면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는 설명뿐 구체적인 불승인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거부당한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태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불법체류자가 많은 태국 동북부 이산 지방이거나, 이름을 자주 바꾸거나, 한국 내 체류지가 불분명한 경우 등을 거부 사유로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태국인들은 이름을 자주 바꾸는 성향이 있는 데다 동북부 거주라는 이유로 불법체류자로 의심받아 입국이 거부된다면 반인도적 처사인 것이다.
K-ETA를 통한 태국인들의 입국 거부가 많은 것은‘자업자득’의 결과이기도 하다.
법무부 출입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한국 체류 중인 외국인 197만여 명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총 39만여 명에 달하고 이중 태국인이 압도적 1위다. 2019년 말 통계에서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14만 6천여 명으로 2위 중국인 7만여 명, 3위 베트남 5만 6천여 명보다 2-3배나 많았다. 태국인 중 불법체류율은 무려 69.9%로 10명 중 7명이 불법체류자로 나타났다.
1981년 한국-태국 간 체결된 상호 무비자 협정에 따라 태국인은 단기 체류 목적으로 입국해 최대 90일까지 머무를 수 있는데,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체류가 되는 경우가 2017년 6만 5천여 명, 2018년엔 7만 3천여 명으로 늘었다.
태국인 불법체류가 폭증하자 한국법무부는 6개월간 불이익을 주지 않는 자진신고 기간을 두었으나 2019년 14만 6천여 명 가운데 10% 수준인 1만 5천여 명만이 자진신고했을 뿐이었다.
한국 입국 시 입국 거부를 당하는 태국인이 얼마나 늘었으면(?) 태국 영자 일간지 방콕포스트는 2019년 5월 20일 자에서는 한국의 태국인 불법체류 노동자의 문제 해법을 권고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신문은 한국 내 태국 불법 노동자들의 범람으로 양국 관광 관계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태국인들의 한국 불법체류 노동자가 많은 것은 양국의 임금격차 때문인데 태국은 월 34만 원(약 9천 밧) 불과하지만 한국은 185만 원(약 5만 밧)이라고도 전했다. 한국 기업체들도 태국 노동자를 고용해 임금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불법체류 노동자가 양산된다는 것이었다. 방콕포스트는 과거 이와 유사한 이유로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인들이 태국으로 불법 취업을 했다고 분석하고 2017년 77만 명에 달했던 태국 인근국 불법 노동자들을 태국 정부가 합법화함으로써 윈윈 전략을 찾았다고도 대안을 전하기도 했다. 태국은 이 노동력을 활용해 경제 동력으로 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태국의 불법 노동자가 양산되는 것은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여행객도 함께 증가하는 배경과 맥을 같이한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한국을 방문한 태국인은 57만 1천여 명이었다. 2017년에는 49만 8천 명, 2018년엔 56만 8천 명이었다. 급증하는 관광객 속에 불법 노동자도 늘었는데, 이는 초저가 투어와 밀접하다. 왕복항공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초저가 패키지투어 여행 프로그램이 불법 노동자들의 한국 입국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60명이 입국하면 59명이 도망간다’는 우스갯소리도 태국에선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일부 초저가 송출 여행사들은 미리 불법체류자를 예상하고 인천공항 도착까지 만의 비용만 받기 때문에 초저가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이다. 태국인들 사이에선 마사지업 등에 종사하다 불법체류로 강제출국되면 5년 뒤 다시 입국할 수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지방자치제 등을 포함 한국 관광정책이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에만 집착하는‘전시행정’ 위주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평가의 중요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초저가 여행객의 송출과 불법체류자의 양산으로 태국 현지 여행사 사이에서는 소문이 파다한 A사의 경우, 송출 실적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한국 여행 관련 기관으로부터 감사패와 상을 받고, 양해각서(MOU)를 상호 체결하는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지고 있다.
태국인 관광객을 놓고 2010년까지 한국과 각축을 벌였던 일본은 한국을 이미 더블스코어 차이로 제치고 있다. 일본을 찾은 태국인 관광객은 2018년 113만 명,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엔 130만 명에 육박했다. 일본 여행상품도 가격이 다소 내려가긴 했어도 항공권+호텔 비용에 못 미치는 한국 같은 초저가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원전 피해를 극복하고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일본 역시 코로나 이전 태국인에 대해 비자제도를 폐지했지만 태국인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입국 거부가 늘었다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불법체류자 때문에 한국을 여행하고자 하는 선의의 태국인 관광객까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제 태국 오기도 어렵지 않게 됐으니 높으시거나 관광 관련 일한다는 분들은 태국 현지에 와서 ‘관광은 일본으로, 일자리는 한국으로’란 자존심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제발 듣고 가시라. <by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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