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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아누틴 보건부 장관 가까이서 보니
 
  태국 아누틴 보건부 장관 가까이서 보니  
     
   
 

날(3월 17일)은 한국이 세계 최다인 하루 62만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날이었다.

한국의 주변 여러 사람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보내줘 더욱 우중충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같은 날 태국은 방콕의 한복판인 시암패러건에서 국제헬스엑스포를 열었다.

태국 보건부가 주최하고 마이스(MICE) 산업을 지원하는 총리실 산하기구인 TCEP이 후원한, 코로나 이후를 겨냥하는 정부 주도행사였다.

태국도 이날 2만5천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누가 밥먹자면 달갑지 않은 시기지만 행사장은 인파로 넘쳤다. TCEP의 초청으로 VIP로 개막식에 참가했다. 역시 재미는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의사 등 십여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감사패를 받았다.

막 행사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무대의 대형 스크린이 둘로 나뉘더니 내 앞에 앉은 아누틴 태국 부총리겸 보건부 장관과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한 화면에 잡혔다. 그러더니 청중들 앞에서 '대본도 없이' 두사람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대화를 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몇몇 간단한 태국말도 곁들였다. 이날 행사의 중요성과 태국 보건부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일까?

최근 태국 정부는 최근 7월부터 마스크를 벗고 일상복귀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 상황관리센터에서는 방역조치 추가완화 조치가 발표된다고도 보도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보건부 주도의 이날 국제헬스엑스포 행사장엔 태국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보건부 장관이 가는 곳 마다 몰려들어 추가 완화조치에 대해 캐물었다. 태국 최대 명절인 4월 중순의 쏭끄란을 제대로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관련질문이 가장 많았다.

 

*태국 언론들이 방역완화조치에 대해 다양하고 집중적인 질문을 퍼붓고 있다. 아누틴 부총리는 외국인에 대한 유전자증폭 검사를 폐지해 태국 입국을 보다 수월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틴 장관은 여유가 있어 보였고 세심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대답했다. 쏭끄란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태국 기자들의 질문이 뜸한 틈을 타 4월부터 외국인의 태국 입국시 돈이 드는 유전자 증폭검사(RT-PCR)를 폐지할 거냐고 큰 소리로 물었다. 보나마나 태국어 발음이 이상했겠지만 아누틴장관은 고개를 내쪽으로 천천히 돌려 "내일 회의에서 논의할 건데 아마 그렇게 될 것" 이라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외국인이 태국어를 잘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태국 보건부 출입은 아니지만 태국에 공식 등록해 세금도 내는 언론사의 대표이자 발행인이니 질문할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궁금한 것 못참는 괜한 본능의 발로이기도 했다.

누틴 보건부 장관. 1966년생인 그는 보건 전문가가 아니다.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 건설에 참여한 시노-타이 엔지니어링 건축회사의 상속자로 그의 최종 학력도 뉴욕 Hofstra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한 것으로 나와 있다.

보건부 장관이되자마자 태국 언론의 뭇매를 흠씬 맞았다.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비하발언을 비롯해 몇몇 설화를 일으켰고,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태국 공급권을 왕실관련 기구에 독점으로 부여해 백신 부족과 함께 수입 다양화를 도모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도입한 중국 백신도 물백신이란 논란에 휘말렸다.

코로나 상황에서 보건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핵심관리지만 현 태국 정권의 주류도 아니다. 2019년 총선에서 500석중 51석을 얻은 중간크기 당인 품짜이타이 당이란 지역색 짙은 당의 대표다. 현 쁘라윳총리의 팔랑프랏차랏 당과 연정을 이뤄 부총리겸 보건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한 것이었다.

조만간 쁘라윳 총리에 대한 국회 불신임토론과 표결이 전개되는데 총리를 위한 방탄망을 구성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가 하면 정부의 철도건설 계획과 관련 의견이 충돌하며 균열설도 종종 보도된다.

51석으로 시작된 그의 당은 현재61석으로 늘어났고 향후 전국 기반의 제 3정당으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로나 상황에서 쁘라윳 총리와 함께 가장 많이 태국 미디어에 등장하는 아누틴 부총리겸 보건부 장관을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지만 하루 행사를 지켜보며 느낀 것은 공직자로 무척 진지한 자세다.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돌며 기자들의 온갖 질문을 회피하지 않았다. 한국제품 전시 부스를 소개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바로 ‘그러겠다’고도 답했다. 대형병원과 큰 후원부스를 돌아보는데만 해도 족히 2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떠날무렵 잊지않고 성큼성큼 걸어 서너평도 안되는 한국 건강식품 홍보전시 부스로 찾아왔다.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군요"라며 덕담도 건넸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아누틴 부총리가 한태교류센터 KTCC 홍지희대표의 안내로 한국 홍보 전시부스를 방문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외국제품의 건강식품 홍보부스를 찾아 격려를 하고 있는 아누틴 부총리.

행원은 외교사절의 장례식을 위해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벌써 30분이 넘었다고 말했다.

아누틴 장관이 당대표로 있는 품짜이타이당은 부리람이란 지방이 기반이다. 품짜이타이당 사무총장은 교통부장관이며 동시에 부리람의 명문 축구단 부리람 FC 구단주 친동생이다.

부리람 축구단은 며칠전 한국에 가서 대구FC와 경기를 했다. 태국의 우리 회사가 한국대사관의 신속한 협조를 받아 축구선수 수십명의 비자를 정리해 줬고, 급히 항공권도 어레인지해 코로나 가운데 무사히 한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부리람 FC는 한국팀에게 승부차기로 아깝게 졌지만 한국축구협회서는 대단한 팀이라고 평가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 말을 '부리람 맨' 아누팀 장관에게 해주고 싶었지만 수행원과 기자들에 둘러싸여 타이밍을 못잡았다.

이날 아누틴 장관이 나에게 말한대로 하루 뒤인 3월 18일 태국 코로나 상황관리센터는 4월부터는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RT-PCR 검사를 폐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만큼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태국 입국 비용이 줄어들고 한결 쉬워진 것이었다.

전쟁난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지 않고 있는 한국 대사관 직원들이 있다고 한다.

최근 태국에서 만난 한 고위 외교관도 세금 내는 국민에게 늘 감사하고 열정을 갖고 일해야 한다며 공복(公僕)의 뜻을 거듭 말해 인상적이었다. 과거에는 원칙이 가장 중요했지만 이젠 공직자도 대민 융통성이 더 중시되는 것 같다. 이 또한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인 것일까?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