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틴 장관은 여유가 있어 보였고 세심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대답했다. 쏭끄란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태국 기자들의 질문이 뜸한 틈을 타 4월부터 외국인의 태국 입국시 돈이 드는 유전자 증폭검사(RT-PCR)를 폐지할 거냐고 큰 소리로 물었다. 보나마나 태국어 발음이 이상했겠지만 아누틴장관은 고개를 내쪽으로 천천히 돌려 "내일 회의에서 논의할 건데 아마 그렇게 될 것" 이라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외국인이 태국어를 잘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태국 보건부 출입은 아니지만 태국에 공식 등록해 세금도 내는 언론사의 대표이자 발행인이니 질문할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궁금한 것 못참는 괜한 본능의 발로이기도 했다.
아누틴 보건부 장관. 1966년생인 그는 보건 전문가가 아니다.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 건설에 참여한 시노-타이 엔지니어링 건축회사의 상속자로 그의 최종 학력도 뉴욕 Hofstra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한 것으로 나와 있다.
보건부 장관이되자마자 태국 언론의 뭇매를 흠씬 맞았다.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비하발언을 비롯해 몇몇 설화를 일으켰고,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태국 공급권을 왕실관련 기구에 독점으로 부여해 백신 부족과 함께 수입 다양화를 도모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도입한 중국 백신도 물백신이란 논란에 휘말렸다.
코로나 상황에서 보건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핵심관리지만 현 태국 정권의 주류도 아니다. 2019년 총선에서 500석중 51석을 얻은 중간크기 당인 품짜이타이 당이란 지역색 짙은 당의 대표다. 현 쁘라윳총리의 팔랑프랏차랏 당과 연정을 이뤄 부총리겸 보건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한 것이었다.
조만간 쁘라윳 총리에 대한 국회 불신임토론과 표결이 전개되는데 총리를 위한 방탄망을 구성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가 하면 정부의 철도건설 계획과 관련 의견이 충돌하며 균열설도 종종 보도된다.
51석으로 시작된 그의 당은 현재61석으로 늘어났고 향후 전국 기반의 제 3정당으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코로나 상황에서 쁘라윳 총리와 함께 가장 많이 태국 미디어에 등장하는 아누틴 부총리겸 보건부 장관을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지만 하루 행사를 지켜보며 느낀 것은 공직자로 무척 진지한 자세다.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돌며 기자들의 온갖 질문을 회피하지 않았다. 한국제품 전시 부스를 소개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바로 ‘그러겠다’고도 답했다. 대형병원과 큰 후원부스를 돌아보는데만 해도 족히 2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떠날무렵 잊지않고 성큼성큼 걸어 서너평도 안되는 한국 건강식품 홍보전시 부스로 찾아왔다.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군요"라며 덕담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