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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정치와 오버랩되는 프로축구단
 
  태국 정치와 오버랩되는 프로축구단  
     
   
 

로나 방역조치로 외국인의 한국 입국이 아직은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태국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 축구팀 부리람 유나이티드 40여명이 3월 10일 밤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코로나로 한-태 비자 면제협정이 중단됐기에 태국인이 한국에 가려면 일일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태국 한국대사관의 빠른 조치 덕분에 한국에서의 경기일정을 맞출 수 있어 감사를 전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태국은 2002년과 2012년 문턱까지는 갔지만 결국 월드컵 본선에는 한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태국 축구열기는 이상할 정도로 엄청나다. 유럽 프로축구 시즌이 시작되면 경찰까지 바빠진다. 사설 축구 도박 단속 때문이다. 박지성이 유럽무대에서 펄펄 날 때 그는 단연 태국 최고의 한국인 인기스타였다.

어지간한 한국 중년들은 피아퐁이란 태국인도 기억할 것이다. 그는 한국 K리그에서 뛰었던 유일한 동남아시아 출신 축구선수이기도 했다. 현재 FC 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 소속으로 대단했다. 1984∼1986년 동안 43경기에서 18골을 집어 넣었다. 어시스트도 6개나 됐다. 1985년엔 21경기에서 12득점, 6어시스트. 거의 매경기 어시스트 아니면 골을 넣었다는 계산이다.

독일 차범근의 ‘차붐’처럼 피아퐁은 한국인에게 강한 기억을 남긴 태국 축구인이었다. 축구해설 위원인 피아퐁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그는 한국을 잊지 않고 한국말을 잘했고,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그의 아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유독 더 받가웠다.

구열풍이 1년 내내 대단한 태국의 최상위 프로축구 리그는 '타이리그1’로 불리는데 1996년 시작돼 현재 18개 팀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중 단연 최고의 팀이 부리람 유나이티드다.

태국에서 이 팀이 얼마나 유명하고 대단하냐면 2011년 이후 9시즌에서 6번을 우승했다. 한국 프로야구단 해태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만 나가면 우승하던 때 그 이상이다.

부리람은 2011년에는 국내 유명 3개 대회를 동시 석권한 태국 프로축구 역사상 첫번째 팀이 되기도 했다.

전용구장엔 3만2천600명이 들어간다. 태국 구단 중 최대규모다.

국 축구를 좀 더 들여다 보면 흥미롭고 신기한 부분이 훨씬 많다.

태국의 정치가 축구와 ‘한 몸처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전 총리가 축출 1년 뒤 여전히 황망하고 정신없을 그 순간에도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를 사들인 것은 유명하다. 태국에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26개 축구팀이 있었는데 당시 12개의 태국 프리미어 리그 팀의 구단주가 정치인이거나 그 후원자였다.

태국 축구단은 과거의 우리 프로야구단 처럼 아직도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지만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표를 확보하는 최고의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이고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부리람 축구단인 것이다.

구단은 원래 방콕에서 가까운 아유타야의 지역 전력청 축구팀으로 출발했다. 이 축구단을 방콕에서 400km 떨어진 태국 동부 고향 부리람으로 연고지를 옮겨 가져온 사람이 1958년 생인 현재의 구단주인 네윈 칫촙(64)이란 정치인이다. 아버지도 유력 정치인이었고 지역의 대단한 부호인 그는 2009년 축구단을 인수해 이듬해 바로 준우승을 하며 전용구장까지 지었다. 축구로 사생결단하기로 한 모양이다.

팬들에겐 입장권을 공짜로 뿌렸다. 음식, 기념품 등도 마구 나눠줬다. 선거를 앞둔 어느 한 해 수만명의 사람들이 등에 16번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왔다. 이 16번은 구단주이며 정치인인 네윈 칫촙의 정당인 품짜이타이당의 정당 투표 번호였다. 부리람 축구팬 7만여명 중 80%가 네윈 칫촙을 지지한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국어로 품짜이는 ‘자부심’이란 뜻이다. 전국을 재패하는 프로축구단의 인기는 부리람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부여하며 선거에서 투표결과로 응답했다. 인구 160만명 정도에 방콕에서 한참 떨어진데다 외국인에게는 별로 알려진 관광지도 없는 부리람이 유명세를 받은 것은 오로지 프로축구 덕이라고 해도 이를 부인할 태국인이 있을까?

이 부리람 주는 얼마전엔 K-POP 걸그룹 블랙핑크의 태국인 멤버 리사가 첫 발표한 싱글 뮤직비디오 ‘라리사’의 배경일부가 역시 그녀의 고향인 부리람 사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한번 더 유명해 졌다.

뮤직비디오 ‘라리사’는 공개 1주일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 7천만 뷰를 단숨에찍었다. 리사가 고향의 룩친(어묵)을 먹고 싶다고 한마디하자 태국 전역에 퍼져나갔고, 룩친 먹으러 부리람으로 가는 특별 기차가 운행되기도 했다. 쁘라윳 총리는 ‘소프트파워’라고 리사를 추켜 세웠다.

축구단이 홍보의 전위대라고 할 수 있는 품짜이당은 지난 2019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500석 중 51석(현재는 62석)을 차지했다. 정권을 차지하기엔 못미쳤지만 현재 쁘라윳 총리가 속한 팔랑쁘랏차랏당으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으며 연립정부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이때 품짜이타이당의 당수인 아누틴 찬위라쿤 대표는 쁘라윳 총리와 연대해 부총리겸 보건부 장관에 올라 아직까지 맡고 있다. 태국의 코로나 방역과 백신 확보 실패로 온 국민의 세찬 비난을 받았지만 아누틴 장관이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그의 정치적 기반이 워낙 탄탄하고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 뿐만 아니다. 올해 1월 쁘라윳 총리 제2기 내각에선 품짜이타이당의 식사얌 칫촙(60) 사무총장이 교통부장관이 됐다. 교통부는 엄청난 예산을 주무르는 곳이다. 리사가 유명하니 어묵먹으라고 국영철도 운영 스케줄을 단숨에 편성했던 곳이다. 오 마이 갓! 식사얌 칫촙 장관은 부리람 축구단 구단주인 네윈 칫촙의 4살 아래 친동생이다.

구단을 발판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며 제 3 정당이 된 품짜이타이당은 종종 현정부에 ‘강짜’를 놓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수틀리면(?) 연대를 깰 수도 있다는 신호들이 보도된다. 연립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현정부는 균열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누틴 부총리이자 보건부 장관이 적극 추진 중인 대마 합법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 선점도 그의 정당이 기반을 이루고 있는 부리람 주가 중심이라는 것은 태국인 모두가 안다.

부리람은‘스포츠의 도시’를 표방한다. 네윈 칫촙 부리람축구단의 구단주 부인도 정치인. 아들도 태국 e-스포츠 회장이다. 축구단으로 시작된 스포츠를 기반으로 할아버지 이래 온가족이 정치와 연을 맺고 그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 이 위에 올라탄 품짜이타이당은 부리람에 철옹성을 세운 뒤 태국 정치의 중심부로 한발짝 한발짝 더 깊숙이 발을 뻗고 있다는 느낌이다. 태국이 마침내 월드컵에 나가면 수권정당이 되려나? 한국으로 떠나는 태국 프로축구단을 보면서 태국 정치의 과거와 미래가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