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이름은 ‘아리사’다.
근데 보통 로봇이 아니다. 다른 로봇들이 태국 MK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바퀴달린 로봇+AI 스피커 수준의 '멍텅구리'라면 ‘아리사’는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한다.
중국의 학자가 만들었는데, 잘 못 건드려 ‘맞아 죽었다’는 웃긴 내용이 뒤에 나온다.
‘아리사’는 가족을 위해 개발된 전용 로봇이다. 가족 건드리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단숨에 경동맥을 죄어 기절 시키고, ‘위처’의 공주처럼 고음역대의 비명을 질러 다수를 마비시키기 까지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심박수도 체크하고 거짓말 하는 지도 단숨에 알아 맞힌다. 소머즈나 원더우먼처럼 빠르게 뛰거나 점프하는 모습은 없지만 지식 습득 속도가 워낙 빨라 실력있는 외과의사도 못한 불가능한 뇌수술도 성공시킨다. AI 로봇이지만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며, 가정을 꾸리려는 노력들은 안쓰럽다.
러시아 드라마는 처음 보지만 16부 내내 심심하지 않다. 등장 인물들의 하드웨어는 출중하다. 러시아 미남 미녀가 많은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이다.
로봇 ‘아리사’ 역을 맡은 파울리나 안드레예바는 1988년 생(33세)의 데뷔 10년차 배우. ‘바비인형’ 꼭 닮은 8등신 몸매에 진짜 로봇인지 헷갈릴 정도로 무표정 연기, 손 안흔들고 걷는 걸음걸이 연기 등은 훌륭하다.
‘아리사’가 나오는 장면만 보고 싶을 정도다. 연기자 집안에서 태어나 댄스를 하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기도 했다. 2015년 러시아 TV 드라마 ‘The Method’로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그녀 안드로이드’의 결말은 단순하지만 기대감 또한 증폭시킨다. ‘헐리우드’ 영화처럼 무리하게 밀어부치지 않고, 유럽 영화처럼 밍밍하거나 헷갈리게 하지도 않는다.
파괴된 ‘아리사’의 몸에서 나왔을 칩 하나와 ‘도와주세요’란 한통의 전화 엔딩이 깔끔하다.
‘스타워즈’ 처럼 상상범위를 벗어난 미래가 아닌 곧 닥칠 AI의 모습들을 드라마는 골고루 버무려 놓고 있다. 아니면 이미 시작됐을지도.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