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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대표하는 남녀 최고 배우,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다
 
  한국을 대표하는 남녀 최고 배우,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다  
     
   
 

송강호와 전도연은 한국 최고의 남녀 배우로 꼽힌다. 송강호는 지난 2003년 ‘살인의 추억’이래 10여년간 한국에서 최고의 연기력과 흥행파워를 가진 배우로 꼽혀왔다. 올해만 해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영화 ‘관상’으로 2000만명 가까운 한국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냈다.


전도연은 남자 배우가 압도적인 강세인 한국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인기와 신뢰를 가진 톱스타 여배우다. 지난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출연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여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두 남녀 배우는 ‘밀양’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는데, 이번 겨울엔 서로 다른 작품으로 흥행경쟁을 벌이게 됐다. 공교롭게 두 배우의 작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객석의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그리고 정치권력에 비판적인 최근 한국영화의 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주일 차이로 개봉하는 두 편 모두 평단과 객석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사상 최고의 호황세를 보인 올해 한국영화의 정점을 찍고 있다.


송강호의 새 영화이자 올들어 3번째 개봉작인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1980년대 인권변호사 시절을 바탕으로 해 개봉 전부터 대단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소속된 현 집권당 새누리당과는 경쟁관계에 놓인 야당출신의 정치인으로 지난 2009년 타계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지지와 격렬한 반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여야가 정쟁을 벌이고 있는 최근 한국 사회의 민감한 시기에 개봉을 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는 1980년대 초 부산이 배경으로 출신과 학벌로 동료법조인들에게 냉대와 멸시를 받던 ‘고졸출신 변호사’ 송우석의 이야기를 다룬다.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부동산 및 세법 전문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송우석이 과거 가난한 고시생 시절 밥값 신세를 졌던 식당 주인의 대학생 아들의 시국사건 변호를 맡게 된다. 영화는 자신의 안위와 돈벌이에만 급급하던 주인공이 시대의 양심에 눈을 떠 ‘각성’하는 과정과 독재 권력이 공안 사건을 조작하며 죄없는 약자들에 광기어린 폭력을 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사리사욕만을 쫓던 주인공이 정의와 민주주의에 눈을 떠 시대의 영웅으로 떠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코미디와 비극을 섞은 빼어난 드라마로 만들었다. 정치적 반대세력이나 권력에 비판적인 대학생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탄압했던 1980년대의 권위주의 정부에 대해선 강도높고 비판적인 어조로 묘사한다. 그래서 ‘변호인’은 ‘야만의 시대’를 ‘상식의 법정’으로 불러내 심판하고 약자를 수호하는 ‘영웅담’이 된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은 판사 및 변호사 출신이었지만, 명문대 엘리트 출신인 주류 법조인들과는 다르게 가난한 고졸출신이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내용처럼 애초부터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정치인이 아니라 세무 및 회계 전문 변호사로 승승장구했고 한때는 요트를 즐길 정도로 중상류층 생활을 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독재권력이 조작한 반정부조직 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인권운동가이자 반독재 민주주의 정치인으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영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기영화가 아니라 고인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허구를 뒤섞어 만든 픽션이다. 보편적인 ‘휴먼 드라마’로서의 지향이 강하지만, 연출 및 제작의도와는 관계없이 관객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인터넷의 각종 영화 사이트엔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네티즌들 사이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송강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 누가 될까 한 차례 출연을 거절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영화에서는 놀랄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는 ‘집으로 가는 길’이다. 영문도 모르고 프랑스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체포됐다가 2년간을 먼 타국땅에서 고초를 당하며 가족을 그려야 했던 한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가 바탕한 실화는 지난 2004년 일어났다. 당시 어린 딸을 둔 30대 주부였던 한 여성이 실제 겪은 사연을 토대로 하고 있다. 여인은 당시 남편 후배로부터 수리남에서 파리까지 금강원석이 든 가방을 운반해주면 4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비행기에 올랐다가 프랑스에 입국하던 중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여인이 금강원석이 든 것으로만 알고 있던 두 개의 가방엔 30㎏이 넘는 코카인이 들어있었다. 2004년 10월 30일 현행범으로 체포된 여인은 파리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수개월 후 재판관할권이 있는 카리브해 인근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으로 이감됐다. 여인은 첫 수감 후 1년이 넘도록 재판도 받지 못하는 등 고초를 겪다가 결국 마약운반죄로 1년형을 선고받고 체포 2년만인 2006년 11월 풀려나 귀국했다.


영화는 시간 및 장소, 돈의 액수를 비롯한 실제 사건의 개요를 거의 그대로 차용했으며, 두 부부의 개인적 사연과 주변 정황 등은 극적인 허구를 보태 재구성했다. 주인공들의 억울한 사연과 처절한 사투, 애절한 가족애가 영화의 중심에 놓였지만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외국민을 외면한 한국 대사관 및 외교통상부의 무능하고 비열한 행태에 맞춰져 있다. 사건 내용은 지난 2006년 TV 시사다큐멘터리를 통해 먼저 공개됐는데, 국민적인 비난이 쇄도하자 당시 대한민국 외교통상부는 일일히 기록을 들어 방송 내용을 반박했다.


‘변호인’과 ‘집으로 가는 길’은 민감한 인물과 이슈를 다루고 있고, 실제로 관객들 사이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두 영화 제작진은 한결같이 “영화는 허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영화 주인공과는 정치적인 입장이 엇갈리거나, 극중 부정적으로 묘사된 인물 및 기관의 관련자들은 심히 불편할 수 밖에 없을 일. 더구나 한국 영화계에서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신뢰를 받는 ‘국민 배우’인 송강호, 전도연이 나섰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The BRIDGES Columnist 이형석

1998년 영화평론가로 등단했으며, 1999년 스포츠조선을 거쳐 2003년부터 현재까지 헤럴드경제 문화부 기자로 재직중이다. 제 85회 아카데미 영화상 한국영화 출품작 선정 심사위원(2012), 부천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0), 영화진흥위원회 자막 프린트제작 지원 심사위원(2010) 등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