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나?
햇빛이 모자랐나?
물이 적었을까?
씨앗으로 시작해 만개했던 매리골드 꽃송이가 머리를 푹 숙였다.
태국 코로나가 한창인 8월 중순.
실처럼 가는 꽃씨는 슈퍼 한 코너에서 선택받았다.
꽃 길러본 적 없는 자의 방안 접시에서 싹으로 깨어난 건 나흘째 만이었다.
보다 큰 화분으로 옮기자 푸른 잎을 무수히 달아내며 무서운 생명력으로 폭풍 성장했다.
햇빛 많은 대문 앞에 곳에 놓이자 어느 한날 한순간엔 단단하고 큰 꽃송이를 신비롭게 피어냈다.
인사하듯 살랑거리며 기쁨주던 꽃 나무는 사흘전부터 잎이 마르며 비틀거렸다.
부목을 대주고 영양제도 뿌려줬지만 꺾은 고개를 다시 들지는 못했다.
씨앗으로 시작한 꽃씨 인생 두달만이다.
마지막 에너지는 꺾인 꽃잎의 진노랑 색깔을 유지하는데 쓰고 있는 것 같다.
매리골드(Marigold)의 꽃말은 ‘우정’, ‘예언’ 이다.
고개 숙인 꽃송이가 형태마저 잃고 줄기가 다 마르면 이내 뽑혀 사라질 것이다.
씨앗으로 시작한 꽃의 곱고 기뻤던 짧은 삶을 기억하겠지만 화분의 그 자리는 어린 싹이 차지할 것이다.
사람 사는 게 꽃의 삶과 똑같다. <by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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