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이 맑은 하늘에 홍수 걱정이다.
최근 큰 폭우도 없었고,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짜오프라야강 상류 댐 수문도 개방하지 않았는데도 출근길의 차량들이 들어찬 물로 거북이 걸음을 했다.
방콕 남부 사뭇쁘라깐 및 방콕노이 따링찬, 농촉 등은 물론 끌렁떠이, 라차다피섹 등 도심 한복판도 11월 10일 오전 내내 물이 들어찼다.
태국 해군 수로국은 이날 오전 9시55분 해군본부 앞 짜오프라야강 해수면 높이가 해발 2.16미터였다고 발표했다. 11월 9일 오전 11시26분에는 2.23미터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보했다.
바다와 가까운 방콕은 해마다 홍수 걱정이다.
북부에서 차곡차곡 쌓여 흘러내려온 물이 만조와 겹칠 때는 영락없는 홍수인데, 이번에는 만조의 바다물이 차오프라야 강으로 역류하며 넘친 것이다.
차오프라야강(짜오프라야강)은 태국의 젖줄이요 생명이다. 1898년부터 '메남 짜오프라야'라고 불리었는데 태국으로 '메남'은 '어머니의 강'이라는 뜻. 현대의 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왕의 강'이라고 하는데 1900년대 초 태국 미디어에서 'Grand Duke(대공신)'란 이름으로 쓰며 '왕의 강'으로 함께 번역 된 게 오늘에 이르게 됐다.
짜오프라야 강의 길이는 372km.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서해로 흐르는 한강의 514km 보다는 짧다. 하지만 태국 북부에서 흘러온 핑강, 난강, 용강 등을 이으면 전체길이는 1,200km에 이른다.
짜오프라야 강은 나콘사완, 앙통, 아유타야, 파툼타니, 논타부리와 방콕을 거쳐 방콕 남부의 사뭇쁘라깐 등의 큰 도시를 적시고 타이만으로 흘러간다. 태국 국토의 35% 이상을 흐르고 있고 280 여종의 물고기가 산다.
방콕 도심 번화가와 타이만 바다까진 불과 35km. 방콕의 평균 해발고도가 2m니 북쪽에서 흘러온 물과 만조가 겹치면 그야말로 대책이 안 서는 셈이다.
한국을 포함한 외신들도 '50년 뒤면 방콕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등의 기획성 리포트를 여러번 냈다. 실제로 짜오프라야강 하류엔 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지반 침하와 함께 방콕이 1년에 1cm씩 가라앉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계산대로라면 200년 뒤면 방콕은 해수면 밑으로 내려가 케빈 코스트너가 나온 1995년의 영화 ‘워터월드’가 된다.
짜오프라야 강은 인구 900만명의 대도시를 곳곳으로 연결하는 해상운송의 핵이기도 하다. 페리, 수상택시, 바지선 등 이 운영되고 있고 태국인들은 이 강을 통해 북에서 남으로 내려고 오고, 서쪽에서 방콕 중심인 동쪽으로 출근한다.
하지만 당장 내일 아침엔 짜오프라야강 100m 주변에 60cm에서 1m의 범람이 예고되며 강 주변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오늘도 일부 지역은 차 대신 배를 이용했고, 귀중품은 쓸려 나가기 전에 집에서 꺼낼 것이 권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