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맨’의 문자 메시지 하나가 태국여성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과 SNS에 따르면, 배달업체 ‘푸드판다’의 배달맨은 음식배달 직전 ‘고객님, 물건 받으러 나오실 때 브라입어 주세요’를 남겼다.
메시지를 받은 해당 여성은 이를 SNS에 올렸고, 인터넷 공간은 곧바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엇을 입든 여성의 권리이며, 성적 희롱을 하거나 수치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들이 뒤를 이었다. 배달업체들은 성추행에 대비하기 위해 배달맨들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달아 대비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태국 경찰 부대변인이 나서 ‘배달맨’의 성희롱은 1개월 징역과 1만밧(한화 35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사진을 올렸다면 5년 징역 또는 10만밧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드판다는 공개 사과하고 진상 조사 후 징계하겠다고 발표했다.
몇 년 전엔 미투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한국만 해도 일부 유력인들이 성희롱, 성추행으로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태국은 성추행으로 패가망신한 사례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태국 일부에선 이를 ‘태국의 침묵 문화’ 때문이라고도 해석한다.
태국에도 성희롱을 규정한 여러 법률들이 존재한다. 노동법 16조는 고용주, 감독관 등 직장 상급자들의 성추행과 성희롱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만 따지고 최고 2만밧에 처해지는 벌금은 복지금으로 귀속된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성희롱으로 처벌된 실제 사례도 거의 없다. 대다수 여성들은 관련법규가 있는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침묵하는 주 이유인 것이다.
2019년 영국 YouGove에 따르면 태국여성 5명 중 한 명이 성적 괴롭힘을 당했고, 이중 절반은 피해 호소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성희롱, 성추행이 엄중히 다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도 ‘사각지대’에 놓여 침묵을 강요당한다.
성희롱을 당해도 해당 국가의 법에 호소하기 어렵고, 자주 얼굴보고 사는 좁은 커뮤니티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자리에 있던 여성 목격자 마저도 ‘비겁한’ 침묵을 택하게 되는 이유다. 기댈만한 기관에라도 호소하면 증거 입증부터 요구하는 무책임의 극치를 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다시 살아날지 몰라도 태국에서도 성희롱의 몇몇 사례도 그렇게 슬며시 묻혔다.
음식 배달맨에 대한 성희롱 공개지적은 태국여성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신호가 됐으면 한다. SNS의 최강국가가 태국이어서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