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킹코브라가 이처럼 마을사람들의 눈에 많이 눈에 뜨이는 걸까?
우기이기 때문이다. 축축한 땅에 알을 낳는 뱀들은 땅구멍이나 그늘에서 비를 피하다 바위 같은데 나와서 몸을 말린다. 얼마전엔 푸켓에서도 킹코브라가 자주 출몰해 화제가 됐다. 코로나로 관광객이 끊겨 섬 대부분에 인적이 드물자, 뱀들이 경계심을 풀고 사람사는 구역으로 까지 접근한 것이었다.
킹코브라는 독사 중에선 최대덩치다. 태국 남부 나콘시타라맛에서는 5.85m의 ‘역대급’ 이 발견되기도 했다.
`코브라’는 포르투갈어로 `후드를 쓴 뱀’이라는 뜻. 익숙한 모습이지만 흥분하면 목을 부채살처럼 펼치는 모양에서 비롯됐다. 위험하다고 느끼면 “쉬” 소리를 내면서 몸의 3분의 1 정도를 지면에서 수직으로 들어올린다. 귀를 가지고는 있지만 고막은 없다. 그래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하지만 진동에는 무척 민감하다.
문제는 독. 코브라의 독은 한국의 살모사가 갖고 있는 독과는 다른 신경 독이다. 신경 독은 신경전달 기능을 마비시키는 독이다. 호흡과 관계된 근육이 마비돼 호흡곤란을 겪게 되는 이유다. 킹코브라에 물렸을 때 치사율은 75% 이상이다.
킹코브라는 나무타기나 수영도 잘하는 수륙양용 파충류. 주로 밤에 활동해 더 으시시하지만 낮에도 종종 돌아다닌다. 가끔 태국 시골화장실에서 '중대한 곳'을 물린 사람들이 이야기가 지역 신문에 나오는 것은 이들의 활동이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
골프장은 관리돼 염려가 덜하지만 공이 시골골프장 오비구역 근처 깊은 러프에 빠지면 최대한 긴 아이언으로 풀을 툭툭 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뱀에게 진동을 전달하는 게 좋다.
킹코브라는 번식할 때 뱀 종류로는 드물게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고 한다. 재수없게도 깊은 러프에 알을 낳은 킹코브라라면 아이언으로 툭툭치는 소리에도 도망가지 않을 수도 있다. 뱀이 목의 후드를 활짝 펼치고 노려보면 같이 째려보며 눈싸움 할게 아니다. 독을 뿜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뱀과 눈이 마주치면 수건이나 우산으로 앞을 가리고 골프채로 방어하며 재빨리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다. 킹코브라는 7m 높이까지 점프하며 공격할 수 있다고 하니 UFC 선수라 해도 당해낼 재간이 별로 없다.
뱀에 물렸다면 물린 부위를 살펴봐야 한다. 이빨 자국이 U자형으로 둥그렇게 났다면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지만 두 군데 또는 한군데 깊이 파인 이빨 자국이 있다면 영락없는 독사다.
독사에 물린 것으로 확인되면 무조건 191(태국 응급번호)로 전화해 최단시간 병원으로 가는 게 상책이다. 물린 후 30분이 경과되기 전엔 응급처치를 하는 게 좋은데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코브라의 신경독은 확산이 빠르다. 물린 부위의 위쪽, 즉 심장에서 가까운 부분을 손수건이나 지혈대로 묶어 독이 심장쪽으로 퍼지지 않도록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찬물 찜질하지 말고 물린 부위를 소독하고 깊이 5mm 정도 절개해 피를 빨아내면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입안에 충치나 상처라도 있으면 뱀에 물린 사람과 ‘공동운명’이 되니 영화에서 보듯 함부로 할 것은 못 된다.
뱀의 독이 몸에 퍼지면 구역질과 현기증이 나고 피부는 차가워진다. 코브라에 물리면 근육이 아프고 입조차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전세계 3천여 종 이상의 뱀 가운데 독사는 200여종.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독사에 물려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2만여명. 태국 쭐라롱꼰대학 통계에 따르면 태국만 해도 연간 7천여명이 뱀에 물려 병원을 찾고 그중 30여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한국도 뱀에 물려 병원찾는 사람이 한해 400여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저런 뱀의 자료와 통계를 다시 찾아보니 고십같은 킹코브라 소식을 빈번히 전하는 태국 언론도 이해가 간다. 뜨랑의 반코코 주민들이 공포에 휩싸일만 하다는 생각도 절로 든다. 한국어 발음으로 들리는 마을이름 ‘반코코(khoh kho)’에 하필 ‘코로나’와 ‘코브라’에 들어나는 ‘코’자가 두번씩이나 들어간 것도 우연찮다.<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