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했다.
며칠 전 한국어를 전공한 태국인 직원 하나가 태국 방콕 랑싯대학교 한국어과에서 오늘 무슨 행사가 있다며 한글 빵 좀 만들어 달라는 '당돌한' 요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한 명에 하나씩은 줘야지”하고 내뱉은 뒤 인원수를 물어보니 무려 50명 정도라도 했다.
게다가 하루 전인 어제 오후엔 아침 8시 30분에 수업이 시작되니 그전에 받을 수 있냐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반죽하고 발효하는데 3-4시간, 속 넣고 둥글리기 해서 굽는데 2시간. ‘아니 빵이 자동판매기에 돈 넣고 그냥 빼는 줄 아나, 이 사람이, 그거 내가 혼자 다 만드는 거라고!’
오전 8시 30분 전에 주려면 새벽 3시에는 일어나야 할 판. 경솔하게 빵 기증하겠다는 말을 쉽게 했다는 후회가 하염없이 몰려왔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 줘야겠다 생각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10시 30분이 되어 완성했다. 빵 밑받침을 넣고 따뜻한 기운이 식지 않도록 비닐로 포장하니 라면 박스 한 상자에 가득 찼다. 이번에 식지 않도록 빨리 가서 건네주라고 재촉까지 했다.
직원은 한글 자음을 이용해 ‘랑싯대학교 파이팅’이란 글씨까지 촬영하고 기세등등하게 회사를 나서는 모습. 서너 시간 뒤에 학생들이 한글 자음이 새겨진 빵을 들고 기뻐하는 인증샷이 왔다. 한국어를 배우며 한글이 새겨진 빵을 선물로 받다니 기쁘고 맛도 좋다는 메시지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