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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랑싯 대학교 한국어과 한글 빵 먹고 한글 고수들 되시길!
 
  태국 랑싯 대학교 한국어과 한글 빵 먹고 한글 고수들 되시길!  
     
   
 

벽부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했다.

며칠 전 한국어를 전공한 태국인 직원 하나가 태국 방콕 랑싯대학교 한국어과에서 오늘 무슨 행사가 있다며 한글 빵 좀 만들어 달라는 '당돌한' 요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한 명에 하나씩은 줘야지”하고 내뱉은 뒤 인원수를 물어보니 무려 50명 정도라도 했다.

게다가 하루 전인 어제 오후엔 아침 8시 30분에 수업이 시작되니 그전에 받을 수 있냐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반죽하고 발효하는데 3-4시간, 속 넣고 둥글리기 해서 굽는데 2시간. ‘아니 빵이 자동판매기에 돈 넣고 그냥 빼는 줄 아나, 이 사람이, 그거 내가 혼자 다 만드는 거라고!’

오전 8시 30분 전에 주려면 새벽 3시에는 일어나야 할 판. 경솔하게 빵 기증하겠다는 말을 쉽게 했다는 후회가 하염없이 몰려왔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 줘야겠다 생각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10시 30분이 되어 완성했다. 빵 밑받침을 넣고 따뜻한 기운이 식지 않도록 비닐로 포장하니 라면 박스 한 상자에 가득 찼다. 이번에 식지 않도록 빨리 가서 건네주라고 재촉까지 했다.

원은 한글 자음을 이용해 ‘랑싯대학교 파이팅’이란 글씨까지 촬영하고 기세등등하게 회사를 나서는 모습. 서너 시간 뒤에 학생들이 한글 자음이 새겨진 빵을 들고 기뻐하는 인증샷이 왔다. 한국어를 배우며 한글이 새겨진 빵을 선물로 받다니 기쁘고 맛도 좋다는 메시지도 곁들였다.

 
 

만드는 김에 더 만든 한글빵과 마늘 치즈빵은 점심시간에 직원과 동네 주민들과 나눴다. 5주째 금요일마다 빵 만드니 이날을 기다려 일부러 찾아온 눈 익은 사람도 서넛 있다.

같은 오피스 파크 회사의 한 태국인 여성 대표는 진짜인지 몰라도(?) “회사는 잘 안 나오는 데 기막힌 빵 맛에 금요일만 나오게 된다”고 ‘뻥’을 쳤다. 십년 이상 살아도 모르고 지냈던 오피스 파크의 사람들을 빵으로 알게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나는 ‘ 하나를 사면 10개를 더 줘라(쓰능 탬십)”라고 했는데 직원이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갓 구운 바게트에 올리브, 꿀, 치즈를 찍어 여럿이 함께 먹었다. 문 활짝 열어놓고 방문한 사람도 죄다 줬다. 빵 굽고 30분 정도만 가능한, 알만한 사람만 아는 그런 맛이다. 이날 만든 2종류 150여 개의 빵은 30분 만에 동이 났다. 빵 판 돈은 10만 원 정도. 2주 전에도 1시간 만에 만든 빵을 한 개도 남기지 않고 처리했는데, 오늘도 그랬다. 빵을 못 먹은 사람들이 태국인 직원에게 연락해 ‘언제 또 만느냐, 미리 주문이 안받느냐’고 여럿이 물었다고 전해왔다.

https://blog.naver.com/leekiza/222162998870

칠 전 내가 아는 태국의 한 지인은 “태국의 베이커리 산업 현황”이라는 방대한 영문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줬다. 구멍가게도 안열었는데 글로벌 경영을 말씀하시는 형국이다.

태국 방송사 임원은 “그 빵 사업으로 하면 안 되냐"라고 물었고, 신혼의 태국인 한 직원은 “아내가 빵 맛이 기막혀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며 거듭 공짜 빵을 얻어 갔다.

한 종류의 빵으로 수백 미터 줄을 서게 하는 한국의 대박 빵집들은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을 보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당장 직원들 식솔 줄줄이 딸린 나는 본업이나 먼저 잘 할 일이다.

한국에 있는 한 언론인은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빵 사업이 코로나를 돌파하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빵은 생산성이 낮아,, (현재 직원이 많은 나는) 은퇴 후에 소일거리로 하면 모를까. 아주 손가락에 관절염 걸릴 지경”이라고 하자 이런 회신을 또 보내왔다.

“거기에 마약 조금씩 섞고 해서..”

“ㅋㅋㅋ”

웃으며 사는 게 코로나를 이기는 길이다!

어쨌든 랑싯 대학교 한국어과도 파이팅!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