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이 미디어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비단 태국만은 아니겠지만 제4부로 일컬어지며 사회적 역할과 중요성이 컸던 언론들이 신산고초(辛酸苦楚)를 겪으며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태국에선 유일하게 영문 일간지를 발행하고 있는 73년 역사의 방콕포스트가 인쇄시설에 이어 사옥까지 매각하기로 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방콕포스트는 16억8천 바트 상당의 방콕 외곽의 인쇄시설과 사옥을 처분해 부채를 탕감한다는 계획을 12월 17일 주식 거래소를 통해 발표했다. 내년 2월 25일에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된다.
방콕 포스트는 이미 올해 3분기부터 신문인쇄를 외부업체에 맡기고 있다. 인쇄시설의 매각과 함께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방콕포스트는 인쇄시설과 사옥 매각이 사업 생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지난 3월에는 매일 24면씩 30만 부 이상을 발행하던 자매지인 태국어 일간지 포스트 투데이를 폐간하는 등 인공호흡과 같은 조치를 단행해 왔다.
다른 종이신문들도 디지털화 바람은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방콕 포스트와 함께 태국의 양대 영문 일간지인 더 네이션 지는 지난 6월 28일 48년의 지령 역사를 마감했다. 더 네이션 쏨차이 사장은 "독자층의 소셜미디어로의 이동으로 광고수입이 줄어들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더 네이션은 튀는 편집으로 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소식을 다뤘으며 한국 세월호 침몰사고 때는 더 네이션 TV와 함께 '희생자를 위한 추도' 방송 등을 하기도 한 곳이다. 하지만 급속한 디지털화가 진행된 최근 5년간 오프라인 독자 수가 급감하며 연 3천만 바트의 적자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에선 올 3월 광고수입을 밑천으로 지하철 등에서 무료 배포되던 M2F가 폐간되는 등 종이매체들의 수난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디지털화는 미디어, 게임, 광고, 마케팅 사회의 모든 분야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올드 세대’는 휴대폰 액정을 누르기보단 종이신문에 침 발라 넘기며 편집의 묘미를 느끼는 향수가 있다. 그러나 향수라는 건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편린(片鱗). 그리워 한들 쓸데가 있을런가?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