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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의 풍운아(風雲兒) 오를 추억하며.
 
  태국의 풍운아(風雲兒) 오를 추억하며.  
     
   
 

태국 영자일간지 네이션지를 비롯한 태국 신문들은 9월 11일 아침 한 중년 연예인의 동정을 조그맣게 보도했다. 와룻 워라탐. 1969년 생. 아직 50이 안된 미끈하게 생긴 이 남자는 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연예인이다. 아버지 램 워라탐에 이은 2세 연예인이기도 하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와룻 워라탐은 이틀 전인 9월 9일 촬영을 마친 뒤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몇 시간 뒤에 태국 인터넷 언론들을 중심으로 와룻 워라탐이 치앙마이 병원에서 9월 11일 새벽 2시40분 사망했다는 속보가 이어졌다.
실명보다는 오(O)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와룻은 1988년 ‘쿤캠’이란 영화에서 일본 제국주의 군인 역으로 스타덤에 오르며 태국에서 유명한 황금인형상을 받았다. 그 뒤 영화배우 탤런트 MC로 맹활약해 왔다. 콧수염을 기른 니노(매타니 부라나시리)와 함께 오랫동안 방송된 태국 TV 토크쇼 ‘오노쇼’는 매우 유명했다. 멋쟁이 남자 MC 커플의 진행으로 화제에 화제를 낳았다. 당시 오는 우리나라 수준으로 보면 MC로 치면 잘 나가던 서세원 급이었고, 연기자로는 최수종 급으로 평가할 만 했다.
한국에서 촬영한 첫 태국 드라마의 주인공
오는 한국과도 인연이 매우 깊은 태국 배우다. 한국에서 촬영된 태국 방송프로그램이 전무하던 2006년 한국을 방문해 ‘X4’라는 드라마를 촬영했다. ‘F4’를 본 딴 코믹 드라마였는데 한국에서 촬영된 첫 태국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KBS 수원 스튜디오를 방문했고, 연극배우 정경순의 모친이 운영하는 대학로의 게스트 하우스에도 갔다.
당시 나는, 바쁜 일정으로 일행보다 하루 늦게 한국에 도착한 오를 픽업해 달라는 태국 기획사의 부탁을 받았다. 승용차를 운전해 공항에 나가며, 태국 연예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야 겠다는 기대를 잔뜩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를 보자마자 산산조각 부셔졌다.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인사불성이었다. 공항 입국장에서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오른 뒤엔 촬영장에 도착할 때 까지 그대로 뒷 좌석에 시체처럼 뻗어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과음한 듯 했다.  축 늘어진 그는 여러 사람의 부축을 받고 서울의 모처에 마련된 촬영장에 들어섰지만 결국 감독의 ‘큐’ 사인은 듣지 못했다.  한국 같으면 당장 퇴장감이지만 태국 스태프 어느 누구도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짓지 못했다. 그의 묵직한 존재감 때문이었으리라.
오는 술꾼이었지만 거만하거나 주정을 부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를 통해 태국 연예인들의 수수함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촬영비용 절감을 위해 제작사가 인사동의 게스트 하우스를 숙소로 잡았는데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배우는 제작여건에 따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공식일정 외의 식사 때는 스태프들을 위해 스스럼 없이 지갑을 열었다.  좋은 말 우스운 말도 자주해 환영 받는 정겨운 캐릭터였다.
한국드라마 촬영 뒤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몇 년 뒤 태국 남부 코사무이 공항 대합실이었다.  그 때도 그는 완전히 술에 취해 있었다. 눈이 풀린 상태로 ‘미스터 리’하며 인사를 건네왔다.
오는 이 술 때 문에 태국 신문에 자주 오르내렸다.  간의 절반을 잘라내고, 음주운전사고를 냈으며, 재산도 다 날렸다고 했다. 술 뿐 아니라 줄담배였다고도 한다. 두 번 결혼했고 두 여인과는 모두 헤어졌다. 머리 깎고 스님이 됐고 다시 절에서 나와 연예계 활동을 이어간다는 기사도 났다. 
술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재기를 꿈꾸며 오는 언론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술이 자신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위험하다. 너무 많이 마시면 눈덩이 효과가 나타나 인생을 파괴한다. 나는 어렵게 그것을 알았다. 나에게 교훈을 얻고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
연예계 활동이 하락세로 이어지자 오는 레스토랑과 커피숍 등을 운영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또 복귀의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병원 측은 오의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태국의 이 좋은 시절에 태어나 무엇 때문에 술로 그 많은 시절을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죽음을 들으니 동그란 눈을 만들며 웃던 해맑은 표정이 자꾸 떠오른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