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언어, 정서가 판이한 외국에서 한국 상품을 론칭해 성과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성장을 위해 이제 해외시장 개척은 기업들의 운명과도 같다. 한국 내부의 심한 경쟁도 외국시장을 두드리게 하는 요인이다.
태국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 비율은 일본의 10%도 안되지만 드라마에 이른 K-POP의 인기, 최근에는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한 우량 한국 콘텐츠들이 태국에 소개되고 있다.
태국에 한국 문화의 빈번한 노출은 여러 파생효과를 낳는다. 특히 소비재와는 함수관계가 높다. 과거 화장품, 식품, 한국 생활용품, 한국 관광, 한국어에 대한 태국인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한국 문화 콘텐츠가 대거 소개된 영향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한때 한국 연예인들 사이에 유행한 컬러렌즈는 태국에서 1년 만에 수백 배의 수입 증가율을 보인 적도 있다.
한국 식품이나 화장품 등 소비재를 태국에 론칭할 때 거처야 할 관문은 아주 많다. 가령 소비재 중 대표격인 식품의 경우 태국은 수입 카테고리를 4개로 나누고 있는데 태국 FDA 승인을 거쳐야 한다. 카테고리 별로 난이도가 달라 어떤 품목은 1년을 기다려도 허가가 안 난다. 수입처는 수입 면허가 있어야 하며, 반드시 창고 등을 규정대로 갖춰야만 면허가 발급된다. 성분분석 표 등을 제출해야 하는 것도 기본이다.
수입 과정을 잘 통과하고 이런저런 절차를 끝내 물건을 확보했다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케팅, 홍보 등을 이용해 효율적인 제품 판매를 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수출, 수입품을 결정하기 전에 현지 시장조사와 소비자 동향 등을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급적 상세히 파악해야 한다. 1년 내내 꽃이 피어 꿀이 천지인 태국에서 원가도 비싼 한국 꿀을 판다는 것은 헛걸음 딛는 셈이다. 지방 자치단체들이 인솔해 태국에 오는 지역 수출 기업 중엔 왜 그렇게 참기름 제품이 많은 것인지? 꿀, 참기름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해당 제품이 현지의 풍부하고 가격마저 싼 제품들을 제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무엇인가가 원 제품에 덧보태져야 한다는 뜻이다.
태국에 진출한 화장품 브랜드만 해도 이것저것 다 합치면 3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가령 태국에 1만 개가 넘는 세븐일레븐은 ‘하루에 한 매장에서 한 개만 팔려도 하루에 만 개나 나간다’는 틀리지 않는 말(?)을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그렇지 만도 않다. 태국의 유명 오프라인 체인점이나 백화점 매장 등이 수수료를 매출액의 50% 가까이를 떼어가고 입점료에 어떤 곳은 등록비까지 챙겨가니 남는 게 없다. 그마저 잘 안 팔리면 퇴출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들은 팔릴수록 손해 본다고 하소연을 한다.
한국 소비자가 보다 비싸게 팔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정보가 낱낱이 공유되는 세상이다. 수입비용과 적절한 마진 포함 허용범위를 넘는 턱없는 가격 인상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가정용품 업체는 수백억 원의 놀라운 광고를 앞세워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미친 듯이 팔았지만, 한국 및 다른 나라에서 훨씬 낮은 판매가가 알려지며 비난에 이은 외면으로 이어졌다.
대량 판매를 노리는 TV 홈쇼핑도 다르지 않다. 몇 제품 팔리지 않아도 이른바 GP라는 것을 30%에서 50%까지 떼어간다. 프로덕션 비용도 내라 하고 유통기간 제한도 깐깐하게 봐 수입처들은 바싹바싹 조바심이 난다. 누구나 등록이 쉽고 간단한 온라인 홈쇼핑에 입점해도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전면에 노출할 테니 광고를 하라는 등 근거도 없는 솔깃한 부담만 지운다. 입점이 쉽고, 수수료가 낮은 곳은 수천 개의 상품이 등록돼 있다. 내 제품이 소개되기란 쉽지 않고 유사 상품도 있으며 대강 비슷해 보이는 데 내 제품보다 가격은 더 싸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발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