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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방송한류, 아세안 한류의 실크로드
 
  태국 방송한류, 아세안 한류의 실크로드  
     
   
 

차 사라진 태국 한류의 새로운 패러다임

태국은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시차만큼 양국 각 분야엔 차이와 다름이 존재한다. 방송 분야에서는 ‘분명한’ 격차가 있다. 한국 드라마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태국 TV들은 수년째 한국드라마에 꽂혀 있다. 수십 편 이상의 한국 드라마가 15년 넘게 해마다 태국 안방에 소개된다. 한국 드라마들은 태국에서 여행, 패션, 화장품 등 한국 소비재 수요를 끊임없이 촉진시키는 매개체다. 태국에서는 지난 2018년만 해도 역대 최다인 총 62편의 한국 드라마가 태국 TV에서 방송됐다.

태국에서 가장 채널파워가 강하고 한국 드라마를 많이 방송하는 TV는 지상파 채널 7이다. 채널7에서 오랫동안 한국드라마 수입을 주도한 파라껀 쏨쑤완 전사장은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한국 드라마는 신선하다. 특히 대본이 좋다.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태국인 정서에도 맞는다.’ (The BRIDGES 매거진 인터뷰, 2015)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함축하며 제작력의 차이를 인정한 발언이다. 제작력의 차이는 있을 망정 태국인들에게 한국 드라마의 ‘시청 시차’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한국 배우의 영상을 짜깁기해 광고를 내보내도 한국에선 알 수 없었던 게 불과 10여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또 한국에서 큰 인기가 없는 탤런트도 태국을 부지런히 오가면 팬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수년전의 일이었다. 이런 것은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한국 드라마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태국에 전해지기 까닭이다. 넷플리스, VIU, iflix, TrueID 등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곳이 수두룩하며 태국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올해 2월까지 한국에서 방송된 히트작 <스카이캐슬>은 동시에 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물론 태국 TV에서 방송도 되기 전이다. ‘한국에서 인기있는 드라마가 태국에서도 인기있고’, ‘한국 스타가 태국에서도 스타’인 시대가 됐다. 태국 방송한류는 기존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향해 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TV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태국인들이 접한 한국 드라마들은 TV를 거치면서 증폭된다. 과거같은 초 대박은 아니지만 올해 상반기 태국에서 인기있던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화제였던 드라마들이다. 박보검 송혜교 주연의 <남자친구>를 비롯해 <착한 마녀전> <킬미 힐미> 등. 태국 TV에서도 과거엔 이름있는 주연배우나 청춘스타를 염두에 두고 한국 드라마를 수입했다면 이제는 제작사나 드라마 내용 등까지 꼼꼼히 검토하는 추세다. 곳곳에서 한국드라마가 많이 방송돼 TV 마다 편성전략을 고민하기도 한다.

 

고비마다 기회 잡은 엔드리스(EndLess) 태국 한류

태국 한류의 시작과 중심엔 한국 드라마가 있다. 한국 드라마는 중국을 거쳐 태국에 우회 수입됐다. 2000년-2001년 방송된 몇 개의 드라마에는 중국어 자막이 그대로 있었다. 한국 드라마의 태국 붐을 이끈 곳은 민영방송사 iTV였다. 2002년 <호텔리어> <맛있는 청혼> 등 한국 멜로드라마를 수입해 반응이 좋게 나타나자 2003년엔 <이브의 모든 것> <러브레터>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 무려 14개의 드라마를 주요시간대에 편성했다. iTV는 2002년 이후 6년간 ‘아시안시리즈’란 띠프로를 편성해 40여개 가까운 한국드라마를 태국 안방에 쏟아냈다.

태국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2007년 iTV가 폐국하자 한류확산에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엔 태국에서 채널파워가 가장 강한 지상파 TV 채널 7이 나섰다. iTV의 성공을 눈여겨 보았음직한 채널7은 젊은 층을 겨냥한 멜로 드라마 위주로 한국드라마 수입에 뛰어들었다. 채널7을 통해 2005년 방송된 송혜교 비 주연의 <풀하우스>는 태국 한류를 가속화시켰다. 시청점유율 70%를 넘기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주인공 비(정지훈)는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1년여 뒤 태국의 규모 있는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 첫 K-POP가수로 기록됐다. <풀하우스>의 성공은 채널7에게 한국 드라마 수입에 대한 자신감을 안겨줬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총 120편의 한국 드라마를 방송해 타방송사를 압도했다 .

비슷한 시기 채널7과 방송 영향력에서 쌍벽을 이루는 채널3도 한국드라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채널3는 호흡이 긴 한국 사극에 주목하고 2005년 <대장금>을 시작으로 <서동요> <허준>을 방송해 히트를 쳤다. <대장금>의 시청률 추이를 분석해본 결과 10% 내외였으나 태국에서 방송된 한국 첫 사극이자 50부가 넘는 장편드라마로 한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태국 주력 방송사들이 앞다퉈 한국드라마 수입에 열을 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태국 것 보다는 월등하게 좋은 컨텐츠가 첫째 요인이었지만 이해관계도 딱 맞아떨어졌다. 태국 한류 초창기 한국 드라마 한편의 수입가격은 수백만원 내외에 불과했다. 그러나 태국 시청자들의 반응은 너무도 뜨거워 태국 방송사들에게 한국 드라마 방송은 광고유치에 수지타산이 들어맞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셈이었다. 2008년과 2009년 2년 동안 총 86편의 한국드라마가 태국 TV에 소개됐는데 이를 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태국인들은 TV를 통해 매일 2시간 이상씩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한류스타가 등장하고, 한국관광, 한국패션, 한국어, 뷰티, 패션산업 등의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드라마에서 인기가 있던 한 한국 화장품 품목은 1년 만에 수백 배 태국수출이 증가하기도 했다. 태국의 방송 한류는 태국TV 프로그램이 그대로 방송되는 라오스를 비롯해 주변국으로도 확산되었다.

2008-2009년 정점을 찍었던 태국 한류가 힘이 빠진다는 말이 나올 즈음인 2014년 4월 태국에선 디지털 TV 24개가 본격 출범했다. 질 높은 한국 컨텐츠에 대한 관심이 재 폭발했다. 오락프로그램의 수입은 물론 한국 드라마 방영건수도 다시 증가해 2013-2014년 2년 동안 88개에 이르렀다. 태국 극장에선 영 시들했던 한국영화도 TV를 통해 다수 방송됐다. 한국 오락프로 <히든싱어>가 포맷수출돼 태국 전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태국 방송사들은 ‘풀하우스’ ‘궁’ 등 태국에서 인기있었던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다른 국가에 수출하기도 했다. 2018년 이후엔 한국 요리프로 등이 양국을 오가며 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 비해 내실이 적다는 평가도 있다. <풀하우스> <대장금> 같은 과거의 초대박 드라마가 나오지 않고, 태국 한류는 K-POP에 무게가 더 실린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태국의 자신감이 한류의 지속성 비결

2019년 들어 태국 방송사들은 ‘질 좋은’ 한국 콘텐츠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태국 PPTV는 채널 7의 한국드라마 수입담당 임원들을 새로 맞아 전열을 정비했고, 한 때 500여 명의 전속가수를 보유했던 태국 엔터테인먼트계 ‘공룡’ 기업인 그래미사도 한국 컨텐츠 확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컨텐츠의 가격이 올라 재방이나 오래된 드라마의 방송 빈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태국 주요TV에서는 여전히 한국 드라마를 비중있게 편성하고 있다. <100일의 낭군님>, <마성의 기쁨>, <착한 마녀전>, <남자친구>, <리치맨> 등 올해초 3개월 동안 한국 드라마 방영수가 총 14편에 이른다. 한국 드라마를 내보내는 곳은 채널7과 채널3, PPTV, 트루 등 여전히 한류를 이끌고 주도해온 온 방송사들이다.

태국에서 한국 방송 콘텐츠의 수요와 한류의 전망에 대해선 긍-부정론이 함께 한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태교류센터 KTCC가 공동으로 태국 정·재·언론계 주요 리더 85명을 대상으로 2018년 11년 실시한 설문조사(2018년 11월 16일 보도)에선 한류효과를 알 수 있다. 태국인 응답자 모두는 한류가 자신의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32%)거나 ‘상당히 영향을 끼친다’(78%)고 답했다. 하지만 한류의 지속성 질문에 대해선 94%가 ‘10년 미만’, 38%가 ‘5년 미만’이라고 대답해 우려를 던졌다. 올 상반기만 해도 태국에서는 크고 작은 콘서트와 한류스타 팬미팅 4개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취소됐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한류 이벤트가 취소된 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방송 컨텐츠의 총 노출 빈도는 늘었지만 수준이 예전만 못하거나 철 지난 컨텐츠가 반복, 범람하는 등 질(質)적 개선을 요구하는 현지 목소리도 높다. 이벤트가 자주 취소되는 것은 한류 신뢰감을 저하시키는 요인임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태국 한류의 미래는 희망적인 면이 많다. 태국 한류의 인기가 15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국문화 침식을 걱정해 한류의 확산을 견제하는 정책이나 우려하는 태국인들은 전혀 없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 한국 드라마 쿼터제 등을 실시하고 일본 등에서 험한류 등이 나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태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한데 동시에 태국 한류의 무궁한 성장과 확장기회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태국 국민의 큰 존경을 받고 있는 시린톤 태국 공주조차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팬이라는 공개발언 하기도 했고,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전 수상의 딸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부전공으로 택한 것을 종종 언급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현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태양의 후예> 팬이기도 했다. 정부 행사에서 <태양의 후예>를 예로 들며 “어떻게 이런 창의적인 드라마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런 드라마를 만든다면 투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화 국제시장 태국은 아세안 한류의 길목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기 이전 태국인들은 서양과 일본 드라마를 주로 봤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면서 단번에 태국인의 눈과 가슴을 사로잡았다. 태국은 중국의 영향을 받고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데 연장자에 대한 존경, 가족애 등은 한국과 유사점이 많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영화 <클래식> 을 보며 공감하는 정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대본에 대한 태국 제작자들의 동경은 매우 높다. 2010년 이후에는 드라마 대본만을 수입해 자체 제작하는 붐이 일기도 했다. <풀하우스>, <별에서 온 그대> <운명처럼 널 사랑해> <오 나의 귀신님> 등은 태국에서 태국 제작진이 태국배우로 리메이크 하기도 했다. 수익창출 방법은 더 고민이 요구되지만 포맷수출과 리메이크, 예능프로의 공동제작 등 방송한류의 진화는 이미 시작됐다. 온라인과 SNS가 유독 발달한 태국인 만큼 웹드라마 등의 장르도 주목해 볼 분야다. 인구 7천만 명인 태국이 14억 명이 넘는 중국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태국은 6억5천만 명이 사는 ‘미래의 먹거리’ 아세안으로 이르는 문화, 경제의 길목에 있다. 동남아 한류의 중심국가로 관세가 없고 인력이동이 자유로운 아세안 국가들로 한류와 그 경제적 파생효과를 무한히 확장시킬 ‘발판’이 될 수 있다. 태국은 오래전부터 동양은 물론 유럽, 미국, 인도의 다양한 문화와 제품이 제한없이 유입돼 ‘완전경쟁’을 벌인 ‘국제시장’이기도 하다. 태국에서 한류가 이토록 오랜 시간 선호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것 저것 다 경험한 깐깐한 입맛의 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시차 사라진 태국 방송 한류가 나갈 길은 좀 더 명확하지 않을까? 가장 한국적인 질 좋은 컨텐츠에 그 해답이 있다. <이유현•한태교류센터 KTCC 대표이사)

-출처:방송작가 VOL 159 기고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