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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에서 15번째 맞는 쏭끄란
 
  태국에서 15번째 맞는 쏭끄란  
     
   
 

태국은 내일 4월 12일부터 길고 긴 쏭끄란 연휴에 들어간다.
법정 휴일은 5일간 이지만 회사마다 개인마다 앞뒤로 휴일을 붙여 주구장창 놀고 쉬는 날이 이어지기도 한다.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던 방콕시내 거리는 이미 뻥뻥 뚫린다. 엿고는 냄새도 없건만 명절 분위기가 솔솔 풍기고 있다.
태국인들에게 쏭끄란은 새해가 시작되는 날. 한국의 설날과 똑같다. 고향을 찾아 대이동이 일어난다. 긴 연휴인 만큼 공항과 관광지는 여행객들로 넘친다. 태국 신문들이 앞다퉈 하는 일이란 교통사고 통계를 속보로 내보내는 일이다.
4월은 태국의 가장 더운 계절이기도 하다.  섭씨 40도를 돌파하는 날도 있다.  휴일은 길고, 날씨는 무더우니 이맘때만 되면 몸과 마음이 한껏 늘어진다. 쏭끄란 연휴 앞 뒤로 사람 불러 모으는 진지한 사업을 하려 했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말려도 이런 태국문화 무시하는 똥꼬집들은 못말린다.

이 쏭끄란 명절을 올해로 15번째 맞고 있다.  긴 연휴 틈타 꽃잎 날리는 봄이 한창일 한국에라도 한번 갔었을 법 한데, 단 한번도 이 자리를 못 떴다.  진짜 `방콕’을 `콕’ 지켰다.  계절이 없어서 일까?  태국에 온지 15년 후딱 지나간 게 믿기지 않는다. 이 몸매로 앞으로 15년 더 버틸 수 있을까?
쏭끄란을 앞두고 태국회사들은 행사가 있다. 손에 물을 붓는 의식. 가급적 외근 직원들이 적은 시간에 한다. 순서도 있다.  회사의 대표자가 자리하면 꽃 목걸이와 꽃 팔찌를 걸어주고 꽃잎을 띄운 물을 퍼 손에 부어준다. 이어 `건강하세요’라는 덕담을 한다. 물을 붓는 직원의 순서는 연장자부터다.. 물을 뿌려주면 그에 대해 역시 덕담으로 맞장구치며 돈이나 선물을 주기도 하는데, 우리 세뱃돈과 같다. 손에 스며 든 기분 좋은 꽃 향기는 한동안 이어진다.
태국에 와서 한 동안은 이 세뱃돈의 존재를 몰랐다.  내 호주머니 털어 밥 한번 먹을 작은 액수지만 인원수가 늘다 보면 주는 사람은 장난 아니다.  인턴 학생도, 나이 쉰 넘은 직원에게도 똑같은 액수를 준다. 가끔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덧보태기도 한다.  여유 있는 회사들은 이때 보너스를 주기도 하는데 부럽다. 궁상 떨며 사는 사업가인 나는 여태 그런 생색을 못 내고 있다.
해마다 하니 참여도가 높다.  외근해 사내 이벤트를 놓친 직원들은 물 항아리를 아예 내 방으로 들고 와`개별 물 붓기’를 허락해 달라고 한다. 순전히 세뱃돈 때문은 아닐 터. 그래도 외국인에게 축복받는 그 의미를 되뇌이면 뭉클해 질 때도 있다. 
쏭끄란은 산스크리트어로 '이동하다'란 의미. 쏭끄란엔 태양이 물고기자리에서 양자리로 이동하는 때다. 태국이 아닌 옆나라 미얀마에서 불기 1181년(서기 638년)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음력은 해마다 달라 태국은 1901년 부터 양력 4월 13일을 쏭끄란으로 규정했고, 1940년 부터는 새해의 의미를 부여했다. 쏭끄란은 태국에서 뿐만이 아닌 미얀마, 라오스, 중국남부의 소수민족, 인도에서도 계승되어 오고 있다.
물은 왜 뿌리는 것일까? 물은 '복(福)'이요, 길(吉)이다. 불운과 악운을 씻어주는 매개체다. 물을 뿌려주는 것은 더위식히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불운' 씻어주고 행운을 축원하다는 뜻이다. 
나에게도 쏭끄란은 해마다 한껏 늘어지는 기분을 준다. 하지만 15번째 맞는 올해는 몇 가지 마음의 짐들이 있다. `Woo-Ra-Jil’,  물론 회사일 때문이다.  올해 쏭끄란 연휴 초반은 예년과 다름없이 `방콕’.  하지만 연휴 말미엔 아내와 이틀간의 여행을 잡아 놓았다.  둘만의 여행은 5년전 쯤 당일치기로 방콕 외곽의 라용 바닷가 가서 점심 먹고 온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간이 배밖에 나온 남편이다.  결혼 25주년이라 최수종처럼 은반지 하나 몰래 해주는 이벤트를 할까하는 생각도 했다. 손가락 사이즈 알아보려고 아내의 화장대를 탐색했는데 반지가 단 한 개도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잃어버려도 좋을 `저렴한’ 결혼반지는 한국 집의 장롱 어딘가 굴러다니고 있을 게다. 

긴 휴일도 `이 또한 지나 가리라’를 되씹으며 금세 끝이 나게 되어 있지만 가끔은 이 모든 일상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뭐 하러 등골 빠지게 사나 하는 맘도 들고, 사장 노릇도 타고나야 한다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 특히 나 같이 타협에 익숙하지 않고 협상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불통 인간들에겐.  젊은 시절의 오랜 직업도 그런 못된 인격형성에 이바지 했을 것 같다는 변명도 든다.  그런데 성경책 어디에서 읽고 기억하는 정확하지 않은 이 한 구절이 나를 닦아 세운다.  `그곳을 떠나지 말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태국어로 `싸왓디 삐마이’라고 한다. 이 더위 속에도 새해가 왔으니 새 마음 품고 이 곳을 떠나지 말아야 할거나?  방(房)콕 Endless~<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