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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딴 길 고집했던 전기상 PD를 추억하며….
 
  외딴 길 고집했던 전기상 PD를 추억하며….  
     
   
 

퇴근 후 생방송 인터넷 TV를 켰더니 첫 뉴스가 전기상 PD의 별세 소식이었다.
스쳐 지나가고 있던 단신 뉴스이었지만 머리에 돌덩이를 맞은 듯 큰 충격적이었다.
60세도 안된(향년 59세) 유망한 드라마 연출가가 길을 건너다 택시에 치어 이처럼 허망하게 일생을 한 순간에 마감하다니… 
전기상 PD는 히트작인 `꽃보다 남자’를 비롯해 `마이 걸’ `보디가드’ `쾌걸 춘향’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가 연출한 드라마의 대부분은 태국에서 방송됐고, `마이 걸’의 이동욱 이다해,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 등은 태국 한류스타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가을동화’ `겨울연가’ 와 `대장금’의 바통을 이은 2세대 `한류 드라마’ 연출가로 높게 평가될 만 하다..
전기상 PD를 처음 만난 것은 방송사를 출입하던 1998년이었다. 그는 KBS 드라마국 PD로 여의도KBS 별관 6층에 근무하고 있었다. 추산컨대 당시 그의 나이 30대 후반이었지만 그 때도 머리는 반백이었다. 조그만 체구에 말수도 적어 있는 듯 없는 듯 했다.  미소로 반겨주며 다음 작품 구상을 말할 때도 작은 목소리로 항상 사근사근 말해주곤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의 연출 관은 `특별함’ 그 자체였다.  1994년 심은하의 출세작인 MBC `M’이란 드라마가 있었는데 전기상 PD도 그런 류의 연출에 골몰하고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TV 연출의 속성상 스릴러나 액션은 그 때만 해도 `영화’의 장르에 가까웠다.
당시는 한여름만 되면 납량 물이 쏟아져 나오곤 했는데 KBS는 `전설의 고향’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다.  `전설의 고향’은 단막극 이었지만 주력 PD들이 연출을 맡아 많은 공을 들였다.
1999년 여름이었다. `전설의 고향’ 야외 촬영이 있어 서울 이남의 어딘가를 찾았는데, 마침 전기상 PD가 `신조(神鳥)’라는 작품을 찍고 있었다.  얼굴 분장이나 상황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 외에도 각종 무술 신에 피아노 줄 연기를 잔뜩 집어 넣었다. 주인공은 스물이 채 안된 `어린’ 김래원 이었다. 한 참 후인 2008년에 태국에 한류행사 차 온 김래원을 만나 당시 전기상 감독의 독특한 액션 연출을 함께 회고하기도 했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잘 안 나오는 `신조’란 제목을 20년 가깝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전 PD의 특별한 연출이 강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1년 뒤엔 2000년 여름에도 전기상 PD는 실험성 높은 드라마를 연출했다.  배두나 김원준 김효진 박광현 김채연 등의 배우들을 잔뜩 캐스팅해 메디컬 서스펜스 스릴러를 표방하는 `RNA’라는 월-화 드라마를 기획했다.  이 때 KBS와 MBC 드라마국은 월-화요일 저녁 9시50분부터 방송되는 월-화 미니시리즈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1년여간 KBS는 MBC에 초토화 됐다. 1999년 11월부터 이듬해인 2000년 6월 말까지 방송된 MBC `허준’ 때문이었다. 최고 시청률 63.5%, 평균 시청률 53%가 넘는 `허준’의 경이적 인기로 `허준’과 같은 시간에 방송됐던 KBS 드라마들은 존재감이 없었다. `허준’이 64부작이 방송됐으니 보통 16~18부작으로 방송됐던 KBS 미니시리즈는 계절이 3번 바뀌는 동안 연신 헛발질만 해댄 셈이었다.
이 `허준’ 이 끝나갈 무렵 다시 KBS가 미니시리즈 기선을 잡게 한 게 것이 전기상 PD다.  기록에 보면 `RNA’는 평균 시청률 18.6%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오랜만에 KBS 2TV를 기억시켰다. `허준’ 종영 직후 방송돼 전기상 PD가 `허준’과 정면승부를 펼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실험성 강한 연출은 충분히 통했던 것이다. 그 뒤 그의 연출인 `쾌걸 춘향’을 우연히 봤을 때도 누구의 연출인지 대강은 짐작하게 할 정도였다.
전기상 PD가 KBS를 떠나고, 나 역시 태국으로 오면서 다시는 만나지 못했지만 그가 연출한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이민호나 `마이걸’의 이다해 등을 태국행사에 초청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안부를 전해 듣고 있던 터였다.
그가 연출한 수많은 드라마 중에서 어느 한 극중 인물 조차도 이처럼 허무한 생의 마감이 없을 진대, 뜻하지 않은 경로를 통해 갑작스런 비보를 접하니 더욱 안타깝다.  영상과 연출에 차별함을 추구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젊은 드라마 PD의 열정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1인으로, 삼가 명복을 빈다. <by Harry>